21. 일기, 질문으로 시작해보기

Ⅳ. 일기 쓰기에 함께해 주세요.

by 치초요

초등학교에서 그림일기 쓰는 법은 언제 배울까?


초등학교 1학년 국어책에는 그림일기 쓰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수업을 시작으로 주 1회에서 2회 정도 그림일기 과제가 제시된다.


그림일기가 숙제로 자리하는 순간,

아이들은 지금까지 해 왔던 그림이나 한 줄 문장 나타내기 활동에 대한 매력을 잃게 된다.

그동안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낙서처럼 그렸다면

이제는 뭔가 틀에 맞게 그리고 글로 나타내야 한다는 사실이

재미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오늘 하루 일과 중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글감을 정하지도 못한 채 끙끙대거나 칭얼거릴 것이다.


”엄마, 오늘 일기 뭐 써요?"

급기야는 그림일기 숙제가 있는 날마다 이런 질문을 달고 살 것이다.


일기

일기는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하여 쓰는 것이다.


인상 깊다는 것은 무엇일까?

재미있어도, 신기해도, 너무 놀라워도, 무서워도, 특별해도, 속상해도, 화가 나도 인상 깊게 우리 뇌에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인상 깊은 일을 선정하여 그것을 글감으로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이라면 글감을 쉽게 찾겠지만

그렇지 않은 평범한 일상에서 어제와 다른 일기를 쓴다는 것은 그들에겐 아주 힘든 일이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인상 깊은 일'은 사건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지 않으면 일기 쓸 거리가 아예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인상 깊다'라는 의미를 보다 확대하여 특별한 감정이나 생각을 글감으로 일기를 쓰게 된다.


"일기 뭐 써요?"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재미있었거나 혹은 속상했거나 일 또는 충격적 아니면 억울했던 일 등 최근을 되돌아 생각하며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질문을 해 보자.

”엄마, 오늘 일기 뭐 써요? “
”어제 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던 거니? “
”오늘 학교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니? “
”너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했다며?’
“너, 지난 주말에 형이랑 공차다가 화가 나서 들어온 것 같은데? “

최근 아이의 감정이나 말했던 것 중에서 일기 쓸거리가 될만한 것들에 대하여 기억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면 그 질문을 통해 아이가 일기 글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우리 뇌는 아주 단순하다.

질문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답을 찾기 위해 뇌가 가동된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일기 주제를 잡고

그릴 장면을 정하고,

쓸 이야기를 함께 정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나아가 아이의 마음까지 토닥거려줄 수 있다면 일거양득일 것이다.

승현: 아, 그때? 형이랑 공차기를 했는데 형이 시작이라는 말도 안 하면서 먼저 차 놓고 골인이라고 우겼어. 엄마: 어머나 그런 일이 있었니? 그래서 표정이 그랬구나.
승현: 응, 엄마. 형은 좀 치사해.
엄마: 형이? 좀 자세하게 말해 봐. 엄청 억울했나 보다.

아이로 하여금 사건의 줄거리를 말하도록 하고,

중간중간에 아이의 감정도 물어보아 주면서 일기의 줄거리를 만들게 하며,

해결되지 못한 감정도 어루만져주도록 하자.


엄마: 그러니까 너와 형이 축구를 하러 나갔다는 거지? 그런데 골대 앞에 가자마자 형이 공을 차고 골인이라고 우겼다는 거지? 그럼 네가 골키퍼고 형이 공격을 하기로 했니?
승현: 응. 가위바위보를 해서 내가 졌거든. 그래서 내가 골문으로 가고 있었는데 형은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공을 차 넣었어.
엄마: 정말 억울했겠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니?
승현: 형에게 아직 시작이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형은 시작이 되었다고 자꾸 우겼어. 내가 아니라고 하니까 형이 자꾸 따지면 이제 안 놀아준다고...
엄마: 그런 일이 있었구나. 무척 속상했구나. 그래서 지금은 괜찮니?
승현: 치사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근데 형은 내가 뭐라 하면 무조건 안 놀아준다고 말해. 정말 치사한 형이야. 엄마 형 좀 혼내 줘.
엄마: 그랬구나. 이제 괜찮아져서 다행이야. 오늘 일기 뭐 쓸거니? 그 일을 쓰면 어떨까? 일기를 써서 형에게 보여주면 형이 미안해하지 않을까?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대화로 일기 쓰기의 재료는 충분히 확보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는 글감과 줄거리를 잡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엄마도 난감할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감정이나 생각으로 접근해 보도록 한다.


일기 글감 찾기 팁
(시간 + 사건) 오늘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말해볼래?
(공간+ 사건) 오늘 어디 어디 갔니?
그곳에서 일어난 일 중 기억나는 거 있니?
(인간+ 사건) 오늘 만난 사람은 누구누구니?
그중에 누구에 대해 말하고 싶니?
오늘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뭐였니?
새롭게 한 생각은?
다르게 한 생각은?
오늘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별일 없는 날,

글감을 찾지 못해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이 정도의 질문을 해 준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일기 쓸거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 사건이 아니더라도 새롭게 한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일기 글감을 고를 때 선택지가 보다 폭 넓어진다.


이 모든 활동을 일기 쓸 때마다 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 마무리될 때까지 이러한 능력을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긴 호흡으로 시도해 보길 바란다.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일기 쓰기 전 아이와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해 보길 권장한다.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질문의 힘을 믿겠습니다. 우리 뇌는 질문을 받게 되면 자동적으로 답을 찾기 위해 작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안다 모른다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답을 고안해 냅니다. 이처럼 질문을 하게 되면 생각을 하게 되고, 대답을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상대의 대답을 들으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질문을 받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듣는 사람까지 성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질문을 하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진정한 협업을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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