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내게 꽃이불 사주신다고 광장시장에서 만나자고 한 날이다. 그런데 아직도 만남을 망설이고 있다. ‘약속 장소에 내가 안 나타나면 서운해하실 텐데... 만나면 할머니가 이불 사느라 돈 쓰실 텐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르신께 전화가 왔다.
“올 거지? 몇 시까지 올 수 있어?”
“내가 가면 할머니가 돈 쓰실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냥 나와. 10시면 되겠어? 오면 전화하고.”
"네에”
결국 나는 나갔고, 할머니와 광장시장 순이네 빈대떡 집 앞에서 만났다. 할머니는 반 발 앞서서 이불 가게 골목으로 걸어가셨다. 서두르는 할머니 팔에 내가 팔짱을 끼며 천천히 구경하며 가자고 말했다. 아침부터 이불가게 골목이 북새통인 이유는 대만 사람들 덕분이란다. 이불가게에 들어간 우리는 찬밥신세다. 대만 관광객들이 삼삼 오오 몰려다니며, 이불들을 여러 개 가리키고 있었다. 이불가게 점원 두 명은 그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 가게를 그냥 나왔다.
이불 종류가 많고 60대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들어갔다.
"겨울 이불. 따뜻하고 솜이 숨 죽지 않고, 무겁지 않고, 빨래할 수 있는 것으로. 두 명이 덮을 수 있는 사이즈로 보여줘 봐요.” 할머니는 강단 있는 말투로 말씀하셨다.
“요즘 나오는 이불은 빨래도 다 되고, 가볍지만 따뜻하고 숨도 안 죽어요. 여기 이 이불들이 다 좋은 거예요. 골라 보세요” 주인분은 우리 키보다 높게 쌓인 이불탑 한쪽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골라봐. 딸들도 좋아할 것으로. 꽃이 예쁘지 않아? 색깔도 골라봐.”
“아... 화려한 꽃무늬에 분홍색 바탕 저 이불이요!”
“응. 이쁘네. 아줌마 저거 주세요. 저 시장 사람인데... 저기 새로 생긴 화장실 그쪽에 살아요. 좀 싸게 해 줘요.” “안 돼요. 이 가격 이하로는 팔 수 없어요.”
결국 할머니는 흰 봉투에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셨다. 아. 나에게도 할머니에게도 100만 원 같은 10만 원인데... 마음이 찡해서 받기 죄송했다.
할머니는 꽃무늬 가득한 이불 가방을 내게 밀었고 난 받고 말았다.
“사주고 싶었어. 사주니까 기분 좋다. 이제 가. 일하러 가야 되잖아.”
“어르신, 감사해요. 감사히 잘 덮고 살게요. 제가 이 은혜 어떻게 갚지요?” 마음이 간들거려 눈물이 또르르 떨어질 것 같았다.
“잘 살아. 좋은 날 와.” 어르신은 앞만 보고 말씀하셨다.
나는 봄꽃 가득 핀 이불을 들고 딸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선물 든 손이 뜨끈하고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