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작은 도서관 지킴이
동네의 작은 도서관 지킴이를 잠시 하고 있다.
관장님께서 사정이 생기셔서, 다른 분들과 사서 일을 짬짬이 맡게 된 거다.
도서관에서 주로 하는 일은 책 대출, 반납, 상호대차 책 처리, 도서관 행사와 수업 진행 돕기다. 도서관 일이 훨씬 넓고 세분화되어 있겠지만, 난 모르는 만큼 안 보인다.
도서관에서 대출, 반납하는 회원들이 오실 때마다 심장이 반템포씩 빨리 뛴다.
평일 오전, 80대 할아버지 두 분이 책을 반납하러 오셨다. '80세의 벽', '어린 왕자'라는 책을 각각 반납하셨다. 아무런 말씀 없이 내 눈만 쳐다보시고, 책을 쓱 건네주고 가셨다. 두 분께 받아 든 책 제목을 보니 "어르신~" 부르고 싶어졌다. 이 책 어떠셨냐고 여쭈어보고 싶어서다. 지금 난 빌려 볼 것 같지 않은 책. 그러나 세월 멀리 지나면 찾아 읽고픈 책이다.
신간에서 주로 머무르시는 50대 남성분도 계시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오전에도 오시고, 늦은 오후에도 오신다. 챙 모자를 쓰고 살짝 튀는 힙합옷을 입고 들어오신다. 주로 장편소설, 이공계 책을 빌리신다. 반납한다고 내민 '어쩌다 만난 수학' 책을 받았다. "이 책을 어때요? 일반인이 보아도 수학에 대해 쉽게 써져 있나요?" "너무 짧아요." 그렇게 대답하고 휙 나가셨다. 짧다는 게 무슨 말일까? 책에 설명된 내용이 너무 짤막해서 이해하고 배우기에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일까?
아는 학부모도 오신다. 아이들 학교에 간 시간에만 오시는 분이다. 도서관 구석구석 아이들 책을 찾아다니며 꽤 오래 고민한 책을 빌려가신다. 아이들 책만 대출 권수만큼 꽉 채워 빌려가신다.
근처에서 일하시는 40대 회사원도 오신다. 도서관 점심시간 쯔음하여 오시는 여성분이다. 두껍고 꽤 어려운 역사책을 한 권씩만 빌려 가신다.
갓 성인이 된 듯한 청년도 와서 책을 읽다가 간다. 젊은 나이에 도서관에 와서 책 읽는 짬을 갖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하굣길에 할머니와 들려서 '흔한 남매' 시리즈만 빌려가는 저학년 남아도 있다. 늘 들뜬 입고리를 하고 도서관에 들어온다. 나보다 심장이 콩콩되나 보다. 같이 온 할머니는 주로 이 동네를 설명하는 책을 보신다. 종로서 50년을 살았지만 마을 지형, 역사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고. 새로이 알아서 재미나다 셨다. 맑게 웃으시는 모습이 손자와 닮아 보였다.
마트에서 장 본 고객의 소비 계산대만 봐도 그의 생활 방식과 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빌려가는 대출 도서만 보아도 그렇다. 그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주기적 소비 물질들과 반복적 독서 취향은 가시적 가치와 비가시적 가치를 띤다.
사람도 좋고, 생각도 좋은 사람.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이 주로 도서관에 와서 책을 향유한다. 앎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들이 모이는 곳. 도서관이다.
"외로운 사람들, 배움이 즐거운 사람들, 고통 중인 사람들... 모두의 광장_ 도서관으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