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몰래 기다림 》

'조용해서 무섭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묘하게 좋다.'

by 느랑



해가 숨어들수록 도서관은 적적하다.

금요일 4시 30분경, 이곳을 꼭꼭 들리는 두 사람을 기다린다.

조용해서 무섭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묘하게 좋다.


“스르륵 탁!”

그가 조용히 들어왔다. 나는 그의 움직임마다 시선을 주지 않는 척 곁눈질만 한다.

청소년을 갓 지난 것 같은 그는 도서관 책상 끝 의자에 겉옷을 걸쳐두었다. 다시 나갔다, 5분 후쯤 들어온다. 그는 800번대에서 책을 뽑아와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는다.

독자는 내가 도서관에 어떤 사람이 오고 머무는 것에 왜 이리 신기해하고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이유는 이 도서관이 참 난감하게 숨겨진 공간에 있다는 것이다. 술집과 노래방, 모텔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골목 중간쯤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이다. 2층이 주민센터, 3층에 동장님 방과 회의실 사이에 '지혜 만들기 작은 도서관'(종로구립도서관)이 있다. 이용자들은 이 건물 3층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왔을까?(인터넷검색으로는 가능) 이곳을 찾아오신 도서관 이용자들에게는 감사의 믹스커피라도 타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때로는 말 걸기도, 눈길 주기도 조심스럽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서관 이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말 거는 타이밍’을 잡으려 애쓴다.


내 눈이 그의 반팔셔츠 팔에 박힌 글자에 멈췄다. ‘ㅇㅇ 육회'. 도서관 근처 광장시장 주변으로 육회가게가 많다. 그 로고는 이 근방 식당 이름이고, 그는 거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 듯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루 한 번 주어지는 1시간 알진 짬. 식사를 하고 여기와 쉬어 가나 보다. 컴포즈커피가 아닌 우리 도서관이 그가 선택한 쉼터인가 보다. 늘 그렇듯 그는 딱 30분만 머물다 갔다.

두 이용자가 함께 있던 시간이 5분 정도 겹쳤다. 내가 기다리던 다른 고객님 말이다. 이 이용자는 “안녕하세요.” 작고 공손한 말을 하며 들어왔다. 나도 “안녕하세요.”반갑게 답했다. 이용자는 여느 때처럼 책가방을 메고 들어왔다. 늘 가던 300번대 코너에 몸을 돌려 책을 찾았다. 나는 ‘가방은 내려두고 찾아도 되는데...’라는 눈길만 보냈다. 평상시처럼 5분 안에 원하는 책 3권을 찾아왔다. 3권을 반납하고 3권을 빌려갔다. 이용자가 딱 좋아할 만한 책을 대출해 갔다. ‘2월 신간 도서로 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책을 구비해 두어야지.’ '근데, 이 길은 어떻게 보호자 없이 걸어왔을까? 돌아가는 길은 안전할까? 해가 더 지기 전에 조심히 가야 할텐데, 늘 어디에 있다가 도서관에 들리는 거니' 작고 어린 이용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꾹꾹 쌓인다. “책을 참 좋아하시네요. 다독하는 모습 대단한 것 같아요.”라는 말을 건넸고, 밝고 수줍은 웃음이 돌아왔다. ‘조심히 돌아가렴’

이제 도서관 마감 30분 전. 5시 30분이다. 기다리던 두 이용자를 맞았고 잘 보냈으니 나의 할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모두 안녕하다가 돌아오는 금요일 이내가 보일 무렵 다시 만나기를...






"이 동네, 이 골목에 도서관이?" 싶겠지만,

저희는(도서관 운영자 3명) 좋은 도서관 하나가 쇠락한 동네에 안전한 쉼과 활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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