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2시 32분 ~ 2시 47분 》

여기

by 느랑




< 월요일, 오후 2시 32분 ~ 2시 47분 >

벽마다 나무장이 책들로 무겁게 차 있다. 빛이 들어올 새도 없다. 공기청정기가 윙 앓는 소리를 내고, 히터는 따끔따끔 혼잣말을 한다. 책기둥 사이를 지나 저 끝에 낡은 백과사전이 보인다. 어느 장에는 책벌레가 끼어 있을 것 같다. 책기둥과 책기둥 사이에 긴 책상이 하나 껴있다. 머리를 곱게 빗은 여자분이 테이블 끝에 앉아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고 있다. 다른 여자분은 그녀 맡은 편에서 벽을 기댄 듯 앉아 있다. 대출. 반납이라고 굵게 적흰 공간에서 노란색 빛바랜 파일을 펼쳐 흰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매끄러운 종이를 볼펜이 누르자 떠걱대는 소리를 냈다.


책들이 이 공간을 메워 싸고 있다. 사람과 기계의 잔소음을 먹고, 풀풀 노니는 먼지는 빨아들이고, 퀴퀴한 방귀 내는 슬쩍 잡아간다. 말없이 흐르는 이곳에서는 입 안이 쓰고 텁텁하다. 입술이 마른 파줄기처럼 한 겹 벗겨졌다.


“스르륵 턱!” 갑자기 물 먹은 찬바람이 스쳤다. 두 여자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 큰 보폭으로 힘주어 걷는 발소리가 가까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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