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오픈은 빠릿한 긴장감을 갖고 시작한다. 개관은 했지만 바쁘게 도서관 안팎을 움직여야 한다. 먼저 건물 입구에 가서 책 반납함을 연다. 반납된 책은 3층 도서관으로 가지고 올라온다. 그 사이에 이용자가 올 수도 있기에 빠르고 안전하게 움직인다. 급하게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었나 보다. 다행이다. 책 빌리러 왔는데 아무도 없어 돌아가기엔 수고스러운 골목을 거쳐왔음을 알기에. 오신 손님은 잘 맞고 싶다.
도서관 창문 두 개를 열고 암막 커튼을 접어 올린다. 카운터와 작은 선반 사이의 틈에 끼워둔 분홍색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꺼낸다. 몸을 기역자로 숙여 종종걸음으로 비질을 한다. 머리카락, 먼지, 자갈, 부스러기들을 모왔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도구를 제자리에 얼른 숨긴다.
이번에는 핸드폰, 지갑을 호주머니에 챙겨 넣고, 도서관 문을 열고 나왔다. 성큼성큼 걸어 같은 층 남자화장실 앞에 왔다. 아무 소리도 없다. 얼른 들어가 벽에 걸린 대걸레를 빼낸다. 대걸레를 빨아서 물 짜는 기계로 물을 짜고, 발로 밟아 물기를 쭉쭉 뺀다. 큰 보폭으로 화장실을 빠져나온다. 대걸레를 올려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아무도 없다. 아무 흔적도 없다. 도서관 바닥을 구석구석 닦는다. 이용자분이 오시면 미끄러울 텐데...... 창문을 좀 더 활짝 열어야겠다. 대걸레를 들고 빠르고 큰 보폭으로 남자화장실 앞에 섰다. 조용하다. 들어가서 더러워진 대걸레를 빡빡 빤다. 때 꼬장물이 줄줄 나온다. 찌린내가 난다. 빠르게 걸레를 빨고 걸어두고 나왔다. 주방용 고무신발 신은 듯 저벅저벅 걸어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 누가 들어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사람 발자국이 없다.
바닥에 붙은 때를 벗겼더니 개운해졌다.
이제 손님 맞을 준비를 끝냈다. 나의 두 귀만 빼고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닦기와 정리를 하면서도 귀가 문쪽으로 향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입술을 좀 더 붉게 발랐다.
도서관 문을 연지 2시간이 지나 오후가 됐다. ‘오늘은 날이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밖에 안 나오나 보지.’
할 일은 많은데 심심하다.
입은 텁텁하고 나른하고 허전하다.
“스르륵 탁!” 조용히 천천히 가볍게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반갑다. 사람이다.’
단골 이용자님이시다. 어르신께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밀란쿤테라 책을 내게 건네셨다. “안녕하셨어요.” 그는 대답으로 입만 웃으셨다. “이 책은 두껍고 글씨도 작은데... 이 책을 읽으시다니 대단하세요!” 높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읽다 보면 재미있더라고.” 어르신은 표정 없이 침착한 말투로 대답하셨다. 고개를 돌려 고전 코너로 가셔서 책을 뽑아 오셨다. 어르신은 믿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꽤 두꺼운 책을 대출해 가셨다. 다 본 책을 들고 다시 찾아와 주셔서 반갑고, 감사했다.
다시 혼자다.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이고, 믹스커피를 여러 개 꺼내둔다.
#지혜만들기작은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