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산업계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018년 대비 최소 48%에서 최대 65%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새로운 국가 감축 목표(NDC)를 제시했지만, 산업계는 이를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놓고 기업에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철강·자동차·석유화학 업계는 “정부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이상에만 매몰돼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기업들은 친환경 전환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준비 기간과 인프라 없이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는 것은 수출 경쟁력과 고용 안정성 모두를 해치는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장밋빛 청사진’이 오히려 산업 현장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것입니다.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 개발 속도가 정부 계획보다 훨씬 늦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철강협회 남정임 실장은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5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150만 톤 감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 상용화 시점은 최소 2037년 이후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철강산업은 국내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단 2년의 기술 격차가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정은미 연구위원 역시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수치를 계산해 도출한 가장 공격적인 시나리오조차 48% 감축이 한계”라며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기술적 기반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계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전력 수급 문제도 걸림돌이라고 말합니다. 전기로와 수소 기반 설비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즉, 목표만 존재할 뿐 실행 방안은 없는 셈입니다.
탄소감축 목표의 여파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정부의 2035년 감축 목표가 현실화되면 2034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국내 차량 중 무공해차 비중은 3.2%에 불과하지만, 2035년에는 이를 30~35%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약 980만 대 규모로, 현 시점에서 생산 인프라와 충전망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1만여 곳 중 절반 가까운 45%가 여전히 엔진, 변속기, 연료계통 등 내연기관 부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만 11만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전환 속도를 잘못 조정하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무공해차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추고,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술을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는 전력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고려하면 전기차 못지않은 효율성을 가진다는 분석도 제시됐습니다.
한편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감축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며, 국내외 환경단체 33곳이 공동으로 “2035년까지 최소 61%, 최대 67%까지 감축해야 한다”는 서한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들은 “지금처럼 미온적인 정책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명 피해와 경제 손실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산업계는 “이 같은 급진적인 감축은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은 수출 중심 구조로, 갑작스러운 감축 규제가 도입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 약화가 불가피합니다. 정부는 산업계와 환경단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이달부터 전문가·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최종 감축 목표를 확정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런 속도라면 내년부터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친환경 전환의 명분과 산업 현실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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