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3년 전 헐값에 매각했던 러시아 공장을 다시 인수할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시장 철수 당시 향후 재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장치였지만, 국제 정세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공장 재매입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대러 제재가 지속되는 한, 경영 판단 차원에서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국 브랜드가 점령한 러시아 시장
현대차가 철수한 이후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8%에서 2024년 60%를 넘어섰다. 체리, 지리, 하발 등 중국 업체들이 시장 상위권을 차지하며 현대차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웠다.
전쟁 이전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판매 37만8천 대를 기록하며 러시아 시장 점유율 23%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5년 1~9월 판매량은 5,089대에 그쳐 전년 대비 55% 감소했고, 시장 순위도 8위까지 밀려났다.
14만 원에 판 공장, 재매입엔 1조 필요
현대차는 2024년 1월 러시아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 루블, 당시 환율 기준 약 14만 원에 매각했다. 장부가액이 2,873억 원에 달하던 핵심 생산시설을 상징적인 금액에 넘기며 사실상 대규모 손실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매각 계약에는 2년 이내 공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이 포함됐지만, 조건은 쉽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재매입 시에는 현재 시장가가 적용돼 최소 1조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전쟁 리스크와 악화된 시장 환경까지 겹치면서 러시아 재진출의 현실성은 더욱
러시아 정부의 복귀 규제도 걸림돌
러시아 정부도 외국 기업의 복귀를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연방 의회 하원은 외국 기업의 바이백 옵션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심의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헐값에 떠난 외국 기업들이 돌아오는 것은 쉽지도, 싸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대차 공장을 인수한 AGR 자동차 그룹은 2024년 매출 5,000억 원, 순이익 329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차가 과거 판매하던 ‘솔라리스’ 브랜드를 유지한 채 차량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재매입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이백 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재매입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일본 마쓰다 역시 지난해 10월 러시아 공장에 대한 바이백 옵션을 포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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