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모르는 일이야.

기준을 지키는 말

by 온길

아이들이 웃으며 던진 말들이
교실을 가볍게 떠돌고 있었다.


소심하고,
자기 표현에 서툰 남학생을 향한 말들이었다.


장난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고,
누구도 노골적으로 나쁜 얼굴을 하지는 않았다.


이럴 때
교사는 보통 설명을 꺼낸다.

왜 그런 말이 상처가 되는지,
사람은 각자 다르게 자란다는 사실을,
지금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날 나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아이들에게
여러 번 말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멀리 보고,
오늘 하루 한 걸음을 살아가자고.


지금의 속도나 모습이
그 아이의 인생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그래서 나는
그저 한 문장만 꺼냈다.


“그건… 모르는 일이야.”



그 말이 교실에 놓이자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말들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단정하려던 기세가
말없이 멈췄다.


나는 그 말을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의 가능성을
지금 여기서
누군가의 말로 규정하지 않겠다는
교사로서의 선택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 아이는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았다.


갑자기 말을 잘하게 되지도,

앞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전진은 있었다.


사회 시간,
조사한 내용을 발표할 때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고,


교무실 심부름을 부탁했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심지어
기뻐하는 얼굴로.




그리고 졸업식을 앞둔 어느 날,
그 아이는 내게
장미꽃 한 송이와
장문의 편지를 건넸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 일정이

졸업식과 겹쳐

매우 아쉬워하며

내민 선물이었다.


아이는

말을 잘하지도,
글을 능숙하게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날 던진 한 문장을,

그리고

1년 동안 함께한 순간들을
기억하는 듯 했다.




교사의 언어는

아이를 바꾸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말은
아이의 미래를

섣불리 말하지 않겠다는
어른의 태도를
조용히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건 모르는 일이야.”


그날의 이 말은
아이를 위한 말이었지만,
동시에

내가 교사로서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하나의 기준이었다.


교사의 언어는
언제나 또렷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의 마음에 닿았는지,
그 한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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