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긴장 앞에서, 선택할 말
2월이면
학교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급.
그리고 새로운 업무.
단 한 번의 배정으로
1년의 일상이 정해진다.
교실의 풍경이 달라지고,
마주할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퇴근 시간을 좌우할 업무가 달라진다.
그래서일까.
경력이 쌓여도 2월의 공기는 늘 낯설다.
20년 가까이 교단에 서 있었는데도
배정표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여전히 숨을 고른다.
‘왜 이렇게 긴장되지?’
가르칠 대상이 바뀌고,
처리해야 할 일이 바뀌고,
관계의 지형이 매번 새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긴장 끝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왜 아직도 불안할까.
이 정도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한 직종에 20년을 있었다면
이제는 장인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고개를 들면
마음 한 켠이 조용히 무너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감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2월의 교무실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아는 표정이 있다.
괜히 뻣뻣해지고,
괜히 예민해지고,
괜히 나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
우리는 왜,
매년 두려울까.
어쩌면 그 두려움은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일에 대해 우리는 꽤 진심일지도.
아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고,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고,
또 한 해를 후회 없이 보내고 싶기 때문에.
그래서
마음이 진심일수록
두려움도 함께 자란다.
문제는
그 두려움이 우리를 묶어버릴 때다.
두려움은
시야를 좁히고,
사람보다 문제를 먼저 보게 한다.
“힘에 부치는 아이는 없을까.”
“민원이 잦지는 않을까.”
“관계가 쉽지 않은 동료를 만나면 어쩌지.”
이 질문들이 쌓일수록
우리는 점점 방어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두려움을 없애려 애쓸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바꾸기로 한다.
이 두려움을
무엇이 이길 수 있을까?
경험일까.
능력일까.
완벽한 준비일까.
조벽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문제’가 아니라
함께 그리고 싶은 ‘비전’이라고.
문제 대신 비전을 선택하는 순간,
관계의 에너지가 달라진다고.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두려움을 압도하는 유일한 힘은
사랑이다.
사랑은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다.
두려움보다 더 큰 이유를 품는 일이다.
‘문제’ 학생이 아니라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이라고 부르는 언어.
책임을 묻기 전에
해결을 먼저 고민하는 태도.
완벽하지 못한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선.
2월의 긴장 앞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두려움으로 시작하지 말자.
사랑으로 시작하자.
아이들을 향한 사랑,
동료를 향한 존중,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이해.
그때
배정표는 더 이상 심판장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출발선이 된다.
그렇다.
두려움을 압도하는 유일한 힘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