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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필수품 1 - 리모와

오래 살아남은 브랜드는 이유가 있다.

by wwestin

출장 갈 때, 여행 갈 때. 남녀노소 막론하고 필수적으로 하는 준비 과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짐 싸기! 구체적으로 캐리어에 짐 담는 행위. 짐을 쌀 때 각자의 노하우가 있고, 반드시 챙겨가야 하는 필수품들도 있다.


나에게 필수품은 "리모와 캐리어(러기지, 수트케이스)". 나에게 리모와가 필수품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유명한 브랜드라서? 디자인이 이뻐서? 아니다. 캐리어의 본질인 "튼튼하고 안전한 보호"를 제일 잘하는 캐리어이기 때문이다.



해외를 나갈 때, 캐리어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캐리어는 짐만 잘 담기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사은품으로 받은 캐리어부터, 나름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들까지 다양하게 사용했다. 그런데 의외로, "캐리어는 짐만 잘 담기면 되지"에 부합하는 캐리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출장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수하물을 험하게 다루는 공항을 많이 방문해서일까? 대부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대학생 때는 여행 도중 캐리어가 망가져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남는 게 힘이니 바퀴가 고장 나면 그냥 들면 됐고, 캐리어가 깨지면 여행자 거리에서 싼 가격에 급하게 때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캐리어를 통째로 분실해도, 누가 탐낼만한 중요한 물건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옷과 기념품뿐. 훔친 캐리어를 오픈했을 때, 그 도둑은 분명 허탈했을 것이다.


하지만 출장 때는 전혀 다른 이야기. 별 것 아닌 캐리어 고장이 출장 일정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1. 바퀴 파손. "캐리어 바퀴가 어디 갔지?"

한국 인근 지역을 갈 때는 미팅 스케줄이 유독 타이트하다. 1분 1초를 아껴야 했다. 상사 눈치를 보며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수하물 벨트에서 내 캐리어를 집어 바닥에 내려놓고 끌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지직, 지지직'. 캐리어가 안 끌린다. 캐리어 바닥을 보니 바퀴가 사라졌다. 상사의 눈초리를 받으며 무작정 캐리어를 를 품에 앉고 뛰었다.


#2. 몸통 파손 1. "처음 보는 내 캐리어의 속살"

수하물 벨트에서 내 캐리어를 발견.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내 캐리어는 분명 하드케이스인데, 천 쪼가리가 나풀거린다. 캐리어 몸통이 깨져서 하드케이스 파편 일부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천이 외부로 드러났다. "중요한 자료들이 분실됐으면 어떡하지?", "중요한 물건이 사라졌으면 어떡하지?", "옷은 모두 그대로 들었나?" 난 사색이 되었다. 하드캐리어가 깨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온갖 것들을 다 넣었기 때문이다. 천 덕분에 다행히 분실된 물건은 단 하나도 없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3. 잠금장치 파손. "내 캐리어를 내가 왜 열지 못하니?"

잠금장치도 고장 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캐리어에 '숫자 다이얼'을 돌려 열고 닫는 잠금장치가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 캐리어 역시 '숫자 다이얼'이 달린 캐리어. 숙소에 도착해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비밀번호는 맞는데 캐리어가 안 열린다. 잠금장치의 번호판이 힘없이 돌아간다. 아무리 돌려도 계속 헛바퀴. 잠금장치가 고장 났다. 결국 프런트 직원에게 부탁해 망치로 잠금장치를 깨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내 캐리어를 열었다.


이쯤 되니 출장 선배들이 왜 굳이 리모와 알루미늄 캐리어를 끌고 다녔는지 이해가 됐다. 이 캐리어가 유독 무거움에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결국 나도 출장에 적합한 리모와를 샀고, 출장뿐만 아니라 여행의 질도 급상승했다.


리모와 알루미늄 캐리어는 찌그러지고 스크래치는 나도 웬만해서 깨지지 않는다. 더 이상 수하물을 붙이면서 조마조마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캐리어가 깨질까 봐 출발지에서 수하물을 붙인 순간부터, 도착지에서 수하물을 찾을 때까지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파손 걱정도 사라졌다. 리모와 매장은 전 세계 웬만한 도시에 다 있다. 한국인이 출장으로 찾는 도시라면 99%의 확률로 리모와 매장이 최소 1개는 있다. 출장 중 캐리어가 망가져도 리모와 매장을 찾아 A/S를 맡기면 그만. 한국 귀국 시에 수리된 리모와를 찾아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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