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코드 : BA
"어? 여기는 이코노미 좌석인데?", "어!!!!???? 이게 비즈니스라고????"
유럽항공사 유럽 내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를 처음 탔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한국인은 십중팔구 저 두 문장 중 하나를 외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에게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이름은 분명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다. 그런데 실상은 이코노미 3 좌석 중 가운데 좌석을 막아두고 양쪽 2 좌석에만 앉는 형태. 기내식도 따뜻한 간식 수준. 심지어 몇몇 항공사는 비즈니스 라운지조차, 비싼 등급의 비즈니스 티켓 소지 고객만 입장가능하다. 제일 싼 비즈니스 티켓은 비즈니스 클래스라도 라운지 입장이 안되는 것이다.
나 역시 영국항공의 비즈니스를 처음 타자마자 한 말이 "어? 여기는 이코노미 좌석인데?"였다. 그리고 내 티켓에 적힌 좌석번호와 좌석 위에 적힌 번호를 몇 번이나 번갈아 다시 봤다. 아무리 봐도 번호가 같다. 맞다. 이게 비즈니스 클래스가 맞다.
처음에는 영국항공만 이런 줄 알았다. 그런데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유명한 FSC 항공사들도 마찬가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앞뒤 간격까지 이코노미와 동일한가? 아니면 앞뒤 간격만큼은 이코노미 보다 조금 더 넓은가? 정도.
이런 좌석이라면 그냥 '프리미엄 이코노미 - 이코노미' 2 클래스로 팔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실제 좌석 스펙 수준이 그렇기 때문이다. 유럽 내 노선의 비즈니스 클래스 수요도 높지 않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유럽 항공사들이 절대 놓칠 수 없는 수요가 있다.
1. 아시아로부터 온 환승 고객들
유럽항공사들이 유럽 내, 북미 지역까지는 직항을 다양하게 개설한다. 하지만 아시아, 중동, 남미 쪽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실 적으로 유럽 소도시 공항에서 직항노선을 개설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비행기를 한 번 띄울 때마다 하늘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형국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생각한 방법은 대형 허브 공항.
보통 한 국가의 수도 또는 교통이 제일 발달한 도시에는 허브 공항이 있다. 그것도 아주 큰 규모로. 바로 이 허브 공항에서만 직항을 개설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파리 샤를드골 공항, 영국의 런던 히드로 공항,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같은.
우선 이 허브 공항까지 승객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이 허브공항에서 승객을 국내선 비행기로 환승시켜 다양한 도시로 보낸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까지는 직항으로 갈 수 없다. 에든버러를 가려면 런던 히드로 공항 또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등으로 우선 가야한다. 그리고 유럽 내 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바로 이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코노미 좌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똑같은 좌석과 똑같은 서비스니깐. 그런데 비즈니스 좌석을 두고는 난감해진다.
유럽 내 수요가 적어 비즈니스 좌석을 아예 없애자니 비즈니스 클래스 환승객이 걸린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항상 제대로 운영하면서 비싼 티켓값을 받자니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해괴망측한 '유로 비즈니스 좌석'
유로 비즈니스 좌석을 운영하면 항공사 입장에서 이득이 크다. 조금 뻔뻔하지만 비즈니스 클래스 고객에게 어찌 됐든 마지막 목적지까지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만약 환승객도 없고, 비즈니스 좌석 예약이 없다? 좌석 3개 중 막아놨던 가운데 좌석을 풀면 된다. 이코노미 클래스로 3 좌석을 바로 판매할 수 있다. 전방 선호 좌석 지정 비용까지 덧붙여서.
2. 저는 비즈니스만 타요!
유럽 내 노선에서 아무리 비즈니스 수요가 적다 한들 분명 비즈니스만 타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 특성상 프라이버시가 조금이라도 보호되는 구역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 시간이 생명이어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시간과 수하물을 픽업하는 시간마저 아껴야 하는 사람들. 조용한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
이런 고객들이 항공사를 선택할 때는 가격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일단, 비즈니스 클래스가 있냐 없냐가 최우선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없애자니 이러한 고객들을 통으로 놓치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풀서비스로 운영하자니 손실이 심각해진다. 하지만 '유로 비즈니스 좌석'이라면? 문제가 해결된다.
다행히도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 좌석이 흔치 않다. 비즈니스 클래스로 티켓을 팔면, 최소한 좌석의 너비라도 넓기 때문이다. 이코노미 좌석과 완전히 똑같은 사이즈에 앉히지는 않는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저런 비즈니스 좌석이 절대 도입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