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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항공과 연차 없는 도쿄여행

항공사 코드 : MM

by wwestin

일본을 자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다. "피치항공은 피치 못할 때나 타는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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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일본 간의 노선과 스케줄을 자세히 보면 나름 괜찮은 구석이 있다. 선택과 집중이 잘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지만, 피치항공은 내 최애 항공사 중 한 곳이다. 오타 아니다. 최애 항공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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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차가 필요 없는 스케줄

피치항공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 직장인 기준 FSC보다 좋은 스케줄. 연차 소진 없이 주말을 이용해 도쿄에 놀러 갈 수 있다. 한 때 도쿄를 참 자주 놀러 갔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블루보틀 등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에 진출 전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를 진출할 때 1호점을 항상 도쿄에 내어, 도쿄에 가면 인터넷에서만 보던 신기한 브랜드들이 참 많았다. 음식을 먹고 체를 자주 해 채식에 관심이 많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당시 도쿄에 가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식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매 번 연차를 쓸 수 없는 법. 피치항공의 도쿄 노선 스케줄은 연차가 필요 없다. 보통 금요일 밤 10시 이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다음 날 새벽 1시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다. 회사 앞에 인천공항행 리무진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금요일 퇴근 후 오후 7시 버스를 타면 인천공항에 알맞게 도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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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도착지도 도쿄 하네다 공항이다. 하네다 공항은 도쿄 도심과 모노레일로 불과 20분 거리다. 그래서 나리타 공항보다 훨씬 선호한다. 도쿄에 도착하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사 온 음료와 과자를 먹으며 대기한다. 일주일 동안 밀린 예능도 보고, 쪽잠도 잔다. 날이 밝으면 공항 샤워실에서 깨끗하게 씻고, 바로 도쿄 도심으로 향한다. 토요일 아침부터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연차 없이, 숙박비도 하루 아끼면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몸은 살짝 피곤하다. 하지만 20대의 체력과 여행이 주는 설렘으로 그 정도 피로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2. 가격이 싸요. 편도도 싸네요?!

피치항공의 매력은 무엇보다 가격. 아쉽게도 코로나 이후 가격이 많이 올랐다. 편도 가격이 대부분 최소 원화 20만 원 전후에서 판매되는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10만 원 이하 티켓도 꽤나 많이 풀렸어서 가성비가 좋았다. 보통 편도로 구입하게 되면, 왕복 항공권의 70~90% 선의 가격을 지불한다. 그런데 피치항공은 50% 정도 선에서 가격 형성이 되었고, 초저가 티켓도 꽤나 자주 풀었어서 항공값을 많이 아꼈다.


하지만, 싼 가격에는 이유가 있는 법.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당연히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1. 나무 벤치 같은 의자

의자가 종잇장 같이 얇다. 그런데 쿠션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딱딱하다. 기울기도 조정이 안된다. 앞뒤 좌우 간격은 타이트하다. 하지만 얇은 방석 하나 깔고 앉으면 해결된다. 동네 미니 버스 탔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요새 좌석은 조금은 좋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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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 한 잔 안주는 서비스

정말 물 한 잔도 안 준다. LCC인 만큼 FSC 서비스를 생각하고 탑승하면 당연히 안 된다. 이 때도 동네 버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한 가지 미스터리인 것은 피치항공의 모기업은 서비스로 전 세계 1위를 다투는 전일본공수항공(ANA)이다. ANA가 피치항공을 인수했는데, ANA에 들어가는 서비스를 모두 빼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뭐가 없다. 어쩌면 LCC 본연에 충실한 것이다. 확실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덜어내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동네 버스를 2시간 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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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LCC가 다양하게 있다. 개인적으로는 피치항공과 같은 LCC가 국내에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단, 서비스와 하드웨어만 피치항공 같은 것이 아니라, 스케줄이 피치항공 같아야 한다. 싼 가격에 스케줄만 좋다면, 충분히 이용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요새 피치항공 가격이 너무 오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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