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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공항코드 : LGA

by wwestin

[LGA]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미국에서 제일 낙후되었지만, 미국에서 이제 제일 좋은 공항.

뉴욕 갈 때 무조건 피했던 공항이었지만, 지금은 제일 선호하는 공항.

바로 뉴욕 라과디아 공항.


뉴욕으로 갈 때 이용하는 주요 공항은 3 곳 있다. JFK공항(JFK), 뉴왁공항(EWR/뉴저지 위치), 라과디아공항(LGA). 사실, 라과디아공항은 엄연히 따지면 국제공항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친다.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등 일부 캐나다 도시로 향하는 노선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와의 입국 수속 협정으로 인해 해당 도시들은 미국 국내선처럼 취급한다. 때문에 국제선이 있음에도 국내선 공항으로 본다.


이 중 한국인에게 제일 익숙한 공항은 바로 뉴욕 JFK 공항.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웬만한 메이저급 FSC 항공사들은 JFK공항으로 취항한다. 그리고 에어프레미아 취항으로 조금은 알려진 뉴왁 공항. 공식 명칭은 뉴왁 리버티 공항. 뉴저지에 위치해있고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의 허브 공항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 쪽에 위치했다. 맨해튼에 가기에는 오히려 JFK공항보다 접근성이 더 좋은 편이다. 대한항공도 과거에 JFK공항과 뉴왁공항을 동시에 취항했지만, 현재는 JFK공항에만 취항한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나의 최종 도착지는 라과디아 공항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티켓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천-뉴욕 JFK 직항 항공권이 너무 비싸 미국 국내에서 한 번 환승을 하고 뉴욕에 도착했다. 라과디아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이게 공항이 맞아?". 농담이 아니라, 리모델링 전 서울고속터미널보다도 시설이 더 낙후되었다. 처음에는 뉴욕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도착한 줄 알았다. 아무리 미국에서 공항이 버스터미널과 같은 개념이라고 하더라도, 이 시설은 운영을 해도 되나 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공식 석상에서 대놓고 "라과디아공항은 미국이 아닌 어느 제3세계"라고 혹평할 정도.



그도 그럴 것이 개항 연도가 무려 1939년. 당시 마지막 리노베이션이 1992년이었기 때문이다. 불쾌한 냄새와 좁은 통로는 기본. 곳곳에 땜빵이 보이고, 코너를 돌 때마다 복도 바닥 높이가 달랐다. 공항 내 상점이나 음식점도 별로 없다. 공항 분위기도 어둡고 침침하다. 그래도 뉴욕 JFK보다 맨해튼 접근성이 훨씬 좋아, 이 점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 이후, 나는 뉴욕을 갈 때 내 선택지에서 무조건 라과디아공항은 제외했다.


그러다 2022년. 어쩔 수 없이 라과디아공항을 이용해야만 했다. 공항 시설을 생각하니 도착 전부터 힘이 쭉 빠졌었는데, 공항이 다가올수록 웅장한 유리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택시기사가 분명 공항을 잘못 찾아왔다. 택시기사에게 서둘러 말했다. "나 JFK 가는 것 아니야. 라과디아로 가야 해!". 택시기사가 답한다. "응. 여기가 라과디아인데? 웰컴 투 뉴 라과디아(Welcome to New LaGuardia)"



알고 보니 2018년도부터 2022년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있었고, 운 좋게 라과디아 공항의 최신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탈바꿈한 라과디아공항은 이전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리모델링이 아니라 그냥 공항 전체를 새로 지은 수준이었다.


라과디아공항은 원월드 소속 '아메리칸항공(AA)'와 '델타항공(DL)'의 서브 허브 공항(Sub-Hub airport) 역할을 한다. 서브 허브인 이유는 국내선 중심의 허브 공항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항의 독특한 점은 항공사가 공항터미널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돈을 투자해 터미널을 짓는데 보태고, 그 터미널을 주인처럼 사용한다. 단독 사용도 가능하다. 델타항공은 라과디아 터미널 C를 건설하는데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7천억)를 투자했고, 해당 터미널을 델타항공 전용 터미널로 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이런 방식으로 뉴욕 JFK 공항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일본항공과 함께 터미널을 건설했다. 대한항공 전용 카고 터미널도 건설했었다. 그리고 2026년 개항하는 뉴욕 JFK공항 '뉴 터미널 원 (New Terminal One)' 건설에도 투자했다. 퍼스트, 프레스티지 클래스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라운지를 제대로 선보일 계획인데, 규모가 인천공항의 대한항공 라운지 다음으로 크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대한항공 탑승 게이트까지 동선을 최소화해 항공기에 빠르게 탑승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프리미엄 시설 이야기를 하는 김에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천공항에도 패스트트랙 등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시설들이 빠르게 도입돼야 한다. 출국 수속시간이 2시간 이상까지 늘어난 시점에서, 시간이 생명인 프리미엄 고객들에게 패스트트랙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인천공항은 곧 세계 공항 순위 10위권에서도 밀려날 것이다. 연예인, 정치인 등은 항공사와 탑승 클래스 상관없이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면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거금을 주고 발권한 비즈니스 승객은 패스트트랙을 이용 못 한다는 것이...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는 다리 등 신체 일부를 수술해 오래 서있지 못하는 승객들도 의사 소견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에서 제외된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서 하루빨리 프리미엄 시설들이 도입되면 좋겠다. 당장 옆나라 일본과 한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베트남의 패스트트랙 운영 방법만 참고해도, 논란을 해결하며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라과디아 공항으로 다시 돌아와서. 환골탈태한 라과디아공항 덕분에 뉴욕을 방문하는 승객들의 편리성이 한 껏 올라갔다. 그런데 라과디아공항을 보다 보면 문득 뉴욕 JFK공항의 TWA 호텔이 겹쳐 보인다. TWA호텔은 JFK공항에서 더 이상 안 쓰는 터미널을 호텔로 바꾼 것인데, 1년 내내 만실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내가 매 번 이용해야 하는 시설은 최신이어야 하지만, 역사적인 것을 마냥 없애버릴 수만도 없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 라과디아공항이 뉴욕에서 제일 오래된 공항인 만큼 안 쓰는 터미널을 다른 방안으로 이용했으면 또 다른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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