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코드 : JL
일본에는 FSC 양대 산맥이 있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지금이야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포지션은 대한항공=일본항공, 아시아나항공=전일본공수로 생각하면 된다.
일본항공은 대한항공처럼 어르신들의 선호도가 높고, 출장으로 인한 상용수요가 높은 편이다. 분위기 역시 절제되어 있고, 차분하다. 또 대한항공처럼 신기할 할 정도로 인테리어에 '나무 무늬(Wood)'를 많이 사용하고, 브랜드 컬러의 사용 비율 역시 굉장히 높다. 대한항공은 온통 하늘색, 일본항공은 온통 자주색. 일본항공은 대한항공과. 전일본공수는 아시아나항공과 코드셰어가 되어 있기도 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합병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후발주자인 전일본공수가 일본항공을 밟고 1등으로 올라섰다.
일본항공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기이한 좌석 배치다. 일반적으로 비행기에는 퍼스트 클래스가 10%, 비즈니스 클래스가 25%, 이코노미 클래스가 65% 정도의 비율로 설치가 된다. 그런데 일본항공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가 60% 이상을 차지하게 좌석 구성이 되어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비어가더라도,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는 만석인게 일본항공의 특징. 즉, 그만큼 비즈니스 업무 목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고, '일본항공' 또는 일본항공이 소속된 항공 동맹체 '원월드(One World)'만 선호하는 고객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좌석 타입 역시 대한항공만큼 다양하다. 대한항공은 비즈니스 좌석 종류가 많기로 유명하다.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좌석 종류만 무려 9가지. 프레스티지 스위트 2.0, 프레스티지 스위트(APEX 타입), 프레스티지 스위트(스태거드 타입), 프레스티지 슬리퍼 2.0, 프레스티지 슬리퍼(2-2-2 배열), 프레스티지 슬리퍼(2-3-2 배열), 프레스티지(타입 1), 프레스티지(타입 2), 프레스티지(타입 3).
일본항공은 총 6가지. A350-1000 비즈니스(최신), JAL스카이스위트 1, JAL스카이스위트 2, JAL스카이스위트 3, JAL플랫네오, JAL스카이럭스.
이 중 A350-1000에 탑재된 비즈니스는 마치 하나의 방 같다. 프라이빗도어와 개인 옷장, 24인치 4K 모니터는 물론, 헤드폰을 끼지 않고 좌석 헤드레스트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 기능도 있다. 귀가 예민해 헤드폰을 오래 끼지 못하는 나에게 이 기능은 꼭 언젠가 체험하고 싶은 기능이다.
해당 기재는 현재 도쿄 하네다-뉴욕(JFK) 구간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뉴욕 구간에 아직도 프레스티지 슬리퍼(2-2-2 배열)가 달린 A380을 투입하고 있는데, 좌석 수준이 많이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이 어서 좌석 개조를 모두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기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일 수 있다. 일본항공의 좌석들은 풀플랫 되었을 때 좌석 높이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특히 리버스헤링본 타입이 그렇다. 대한항공은 풀플랫을 해도 좌석 높이가 높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대한항공을 타고 일본항공을 이어 타면 마치 바닥에 누워 가는 기분이 든다.
서비스도 다른 나라 항공사들과 조금 다르다. 특히 음식. 비행기에는 여러 나라의 고객이 탑승하는 만큼, 항공사들은 최대한 호불호가 적고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쉽게 먹을 수 있는 평이한 음식들을 내놓는다. 자국의 음식을 내놓는다고 해도 최대한 호불호가 적을만한 음식들만 골라낸다. 그런데 일본항공은 확실한 수요가 있어서 그런지, 일본 느낌이 가득 담긴 시그니처 음식, 시그니처 음료, 일식 등 일본화된 요리에 목숨을 건다.
초밥, 회, 미소된장국. 기내식으로 자칫 호불호가 갈릴 만한 음식도 과감하게 내놓는다. 그래. 일식은 이해한다. 하지만 양식 요리 역시 일반적인 서양요리가 아니다.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처럼 일본화시킨 양식 요리를 메뉴에 올린다.
파리 출발 편에서 제공되는 프렌치 요리, 미국 출발 편에서 제공되는 스테이크 요리에서도 전통적인 조리법을 따르지 않는다. 현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일본인 셰프'와 협업을 해 일본 색채를 더한 요리를 내놓는다. 즉, 단순히 '프렌치 요리'가 아닌, '일본화된 프렌치 요리'를 내놓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점은 참 부럽다.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셰프들이 참 많은데, 대한항공의 서양식도 이런 협업을 통해 내놓으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더 확실해질 것 같다.
장거리 간식으로 필수인 라면 역시 일본 스타일 라면을 우선시한다.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에 오른 라면집의 라면, 규슈 스타일 등 지역색을 담은 다양한 라면을 제공한다. 음료와 주류 역시 일본항공의 시그니처 음료 '스카이타임'을 비롯해, 각종 일본 차, 사케 등을 제공한다.
일본항공이 한국에는 김포공항에만 취항을 하고, 나머지 구간은 주로 코드셰어로 운영한다. 하지만 일본항공의 진가는 장거리에서 느낄 수 있다. 대한항공이 일본항공보다 앞서는 부분도 상당하다. 하지만 분명 배워야 할 점도 있다. 특히 한 나라의 대표 국적기로써,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문화적 디테일을 여러 서비스에 녹이는 점은 참고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