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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은은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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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Jan 05. 2023

소확행도 잠시 자제해 주세요

요즘 경기가 많이 어렵다고 하니,

직장을 매일 다니는 나지만 마음이

심란하다.... 병원비며,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계속 경제는

안 좋아진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 회사는 따로 구내식당이 없다 보니,

하루에 9천 원이 출근한 날에 한해 지원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9000원 갖고 종각 근처에

마음 놓고 아무 데나 들어가 먹을 수 있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다.

정말 쌀국수 한 그릇에 12000원 정도이니

이것만 먹어도 내 돈 3000원이 오버가 된다.

거기에 커피까지 한 잔 마시려면 9천 원 갖곤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싼 커피와, 싼 음식을

찾아다니는데, 자주 혼자서 먹는 날이

많으니 간편 샐러드와 저렴한 아이스티

정도로 점심을 해결 할 때도 있다.

사실 이렇게 해도 9000원에서 간당간당 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점심을 먹고

베스킨라비스에서 가장 싼 음료인 복숭아

아이스티(2000원)를 한 잔 시켜놓고 앉아

있는데, 내 앞에 어느  여성분이 보따리 보따리

짐을 옆에 두고 인도에  앉아 있었다.

그분을 보고 있자니 거리를 배회(?) 하시는

같았는데, 그나마 겨울치곤 그 날 날씨가 꽤

따뜻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저 분과 나 사이에 작은

유리막이 있고, 없고 말고 다를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러고 있다가도

시간이 되면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가 가끔

열도 받으면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고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고, 저분은 유리막은

없지만  저렇게 있고 싶을 만큼 자유를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말이다.


물론 저분이 어떤 연휴로 저렇게 밖에

앉아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LA를 다녀오면서 있는 마일리지를

모아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일반석과 비즈니스 좌석 역시 커튼 한 장

차이로 나뉜다.

일반석은 한 줄에 3-4-3 배열로 10 좌석이

있는가 하면, 비즈니스 좌석은 한 줄에 4 좌석이

있다. 이 건 내가 이용했던 구간의 항공사의

좌석 배열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석은 안쪽에 앉게 되면 누군가

자리를 비켜줘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좌석은 그런 번거로움 없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누구한테 양해 없이 맘대로 갈 수

있다.


여행을 많이 해본 편이라 비행기도 많이

이용했던 나는 꽉 찬 비행기에 가운데 좌석부터

창 측, 복도 측까지 많이도 타봤다, 물론

일반석에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자다 일어나서 어두운 기내의

좁은 복도를 한참을 걸어가다가 커튼이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커튼을 열고 보이는 화장실에

들어가려 하니 승무원이 와서 이 화장실은

이용하면 안 된다고 하길래...'왜요?'라고

물으니 비즈니스 존이라고 했다.


순간 무안함으로 몰랐다는 짧은 말을 남긴 채

바로 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반대편 쪽으로

걸어가야 했다.


당연히 일반석존에 앉았으면 일반석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맞지만 의도치 않게

뭔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커튼 하나가 만들어내는 넘을 수 없는

커다락 벽....이다....


좀 오래된 얘기긴 하지만 그때는 일반석

승객이 비즈니스 좌석을 통과해서 내렸어

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하고 비즈니스와

일반석 커튼 사이에 승무원이 서 있었다.


비즈니스 승객이 먼저 내린 뒤에 저 커튼을

지나서 일반석 승객이 내릴 수 있게 하려고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착륙을 하고도

한참이 지나도 그 커튼을 열어주지 않자

커튼 바로 앞에 서있던 일반석  승객이

승무원에게 화를 내면서 왜 못 내리게 하냐며

화재가 나도 이렇게 서있게 할 거냐며 화를

내었다.


그런데 순간 황당하게도 나는 정말 화재가 나도

일반석 손님은 정말 비즈니스 승객이 다 내리고

나서 내릴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긴 했다.


돈의 노예가 되긴 싫지만 자본이 만들어내는

편리함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 그래서

'소확행'이란 웃픈 단어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당분간은 소확행도 자제해야 할 거 같은

생각에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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