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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Aug 10. 2023

다리는 아프지만 구경은 하고 싶어~

이 나이에 친구와의 우정을 운운하는 게

약간 닭살 돋기도 하지만, 나한텐 많지는

않지만 좋은 친구들이 있다.


요즘 나이가 들고, 몸이 좀 안 좋으면서

이것저것 나에 관한 것들에 대해

생각을 좀 많이 하게 되면서

(너무 많이 해서 문제인 거 같기도 하다)

친구관계, 사람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되는 거 같다.


낯가림이 심해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은

언제 봐도 마음이 편하고, 좋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나갔던 친구가

작년 연말에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6~7개월 만에 처음 만났는데도 어디

하나 불편한 거 없이 마치 어제 만난

거처럼 편하다.


우리는 한 낯 뜨거울 때,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이태원에서 만나 아무런

계획 없이 비지땀을 흘리며, 이태원의

오르막길, 내리막 길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면서도 무엇하나 나쁠 거 없이

재미 었다, 문제라면 그때 나의 다리가

좀 많이 아팠던 게 문제여서 친구의

손을 잡고 다녀야 했던 게 문제였다.


그러다 우린 간단히 요기도 하고,

더위도 피할 겸  어느 펍 앞에

섰는데,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여지게 됐다, 우선 가게 안

손님들이 다 우리보다 어려 보였다,

두 번째는 외국인들이 많았고,

심지어 서빙을  하는 사람들도

외국인이 꽤 눈에 띄어서 가게 앞에서

'우리 여기 들어가도 돼?'라며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들어가서

주문을 하길 기다리며,  외국인 서버가

오면 '네가 주문해' 아니야 언니가 해'

(내가 친구보다 한 살이 많다) 라며

긴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 테이블로

다가온 서버가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주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태원이라 자릿세가 비싸서 그런지

음식값은 싸진 않았지만 우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고 대낮에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였다.


서로 비슷해서 만나겠지만, 우린 뭔가

미리 계획을 해서 뭘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친구들이 나한테 맞춰주는 것도

있겠지만 우린 그냥 발길 닿은 대로

다니는 걸 좋아한다.

거기다 우리 둘 다 길치라서 계획을

하면 그곳을 찾아가는 데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냥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그러다 같은 곳을 두 번 둘러보기도

하며 그렇게 다닌다.


그리고 내가 걸음이 느리고, 심지어 가끔은

손을 잡고도 다녀야 하지만, 친구들은

어느 하나 싫은 기색 하나 없다.

오히려 만나자마자 내가 든 가방이 

무거운지를 물어보고, 걷다가 경사로가

나오거나 하면 먼저 팔을 뻗어 잡아주고,

함께 발을 맞춰  걷는다...


그런데 친구들이 서로 짜진 않았을 텐데,

다 똑같이 이러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요즘처럼 사회가 각박해지고, 가족 간에도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친구 관계가

때로는 가족만큼 편하단 생각도

들기도 한다.


건강한 친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서로 가치관이

비슷한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즉,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말이다.


내가 배울 것을 많이 갖고 있는

친구들이다, 겸손하고 검소하고 소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이란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때 친구한테 한 번 더

놀랐던 게, 집에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와서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하고, 헤어지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나는 그때 생수가를 마셨던 거 같고,

계산은 내가 한다고 너 먹고 싶은 거

고르라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고른 것은 고작 작은 레쯔비 캔커피

하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적잖이 놀랐다... '이래서 이 친구가 부자(?)

친구가 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또, 나까지 친구 셋이 있는 카톡방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우린 서로 일상의 힘든

점이나, 고민을 얘기하다가도 서로 먼저

긍정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한다.


그리고 요즘 매번 하는 얘기는 건강, 운동,

다이어트 등 관심사가 비슷하고, 서로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봐주고,

가끔은 솔직하게 서로 속 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도

중요한 거 같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한 두 명 있는 것이 참

요하다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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