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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Dec 12. 2023

저랑 동거하실래요?

1인가구 입니다만...

요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 대상이 동물일지라도

말이다.  옛날엔 뭔가 힘든 일이 생기면

살고 싶지 않다란 생각이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들었던 적도 있었고,

또 기사에 흉악범들을 보면 '아 당연히

사형감이지'라며 쉽게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을 할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게 언니네 집에서

강아지와 이틀을 보낸 이 후 내가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하고나서부터 더 강해진 거 같다.

삶의대한 책임감과 소중함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입양한 강아지는 강릉 어딘가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조되어 내가 입양했던  

센터로 온 지 4개월이 됐다고 했다.


추정 나이는 3세, 남아 몰티즈이다,

입양한 날 동물병원을 들려 좀 더

자세하게 아이의 나이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병원에서도 정확한

나이는 알 수없고, 육안으로 보이는

아이의 치아상태와 손(?), 발바닥등을

보며 추정해 볼 수 있다고 하고, 3세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입양 전 강아지를 보러 두 번 보호소에

갔었고 10여 마리가 넘는 강아지들이

실내에서 있었다.

아무래도 시설에 있다 보니, 집에서

키우는 거만큼 깨끗하진 않았고, 특히

내가 눈여겨보던 그래서 지금 입양한

강아지는 마킹이 심해서 기저귀를 차고

있고, 배변훈련도 전혀 안되어 있었다.

또 피부병으로 다리 쪽 털이 부분적으로

빠져 있었는데, 원인은 면역력이 약해지거니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강아지를 처음 보고 들었던 말이...

'입양해서 키우시면 털은 금방 날거란 말이'

처음부터 뇌리에 박혔던 거 같다. 그래서

얼른 내가 데려와서 털이 나도록 잘

키워야겠다... 는 생각....


내가 처음 보호소에 갔을 때 사람이 문 앞으로

가면  모든 강아지들이 문 앞으로 달려와

들어오는 사람을 격하게 환영하며,

점프를 하던가 바지와 신발을 핥던가

하면서 달려들었는데, 이 강아지는

내가 자리를 잡아 앉아 있어도 내 앞으로도

오지 않았다.

처음엔 여느 강아지들처럼 문 앞으로

달려왔다가는 시큰둥하게 다른 자리로

가버렸다... 인연이... 아닌 강...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봤을 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막상 만나보니

사진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좀 망설여

지기도 했다...

사진과 많이 다르네..;

더 나아가 하루이틀 같이 살 것도 아닌데,

아프면 현실적으로 의료보험 적용도 안 되는

병원비를 내가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란

생각도 들었고, 또 키우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상실감을 내가 또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나는 사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만 2년이 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엄마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한데

괜히 힘든 일을 자처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밀려 들어왔다.


무엇보다 1인가구인 내가 출근을 하면,

장시간 혼자 있을 강아지를 생각하니

강아지가 여기에서 보다 더 불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더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강아지를 두 번이나 보고 와서

더 많은 생각에 고민이 됐고, 그만큼

쉽게 결정할 수도, 결정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에서 입양 상담사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며 내 사정을 모두 말했고, 그렇게

몇 번 상담을 한 뒤에도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에 보호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나는 태어나서 좋은

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입양을 하기로 했다.


앞서 내가 고민한 것을 모두 생각하면

이 세상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아무튼 나는

입양을 결정하고 나서는 3일 만에

회사에 반차를 내고 금요일 낮에  강아지를

데리러 갔다.


입양 며칠 전 입양 날짜와 시간을 약속하고 나서

그동안 피부병관련해서 먹던 약이 있으면

꼭 챙겨 달라고 말을 했는데, 막상 데리러

가니 약은 다 먹어서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대신 나한테  진짜 나만큼 큰

쇼핑백에 쓰던 방석이며,  기저귀 몇 개,

등 아이의 짐이라며 그 가방을 챙겨 주었다...


방석은 이미 사놔서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드려 뺐고, 사료도 이미 사놨지만 아이가

적응이 필요하니 먹던 사료를 조금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왔다... 막상 집에 와서 나는 그 큰 짐에서

사료만 꺼내어 내가 사놓은 것과 섞어 주면서

아이의 짐을 열어볼 새도 없이 며~ 칠을 지내다가,

어느 날 아이의 살림이 든 가방을  열어

자세히 살펴보니  기저귀와 패드, 간식 몇 봉지,

옷이 4개나 들어 있었는데,  옷은 재질이 그다지

좋은 거 같진 않고 내가 입히기 불편해서 입히진

못했지만, 이런 거까지 입양자한테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사실 물품을 챙겨 줄거란 생각도 못했고, 쓰던

거지만 샴푸, 린스까지  챙겨줄지 몰랐다.

나는 그동안 아이의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꺼내보며 뭔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조촐한 아이의 짐... 사람이나 동물이나

버려지고, 시설에 있으면 아무리 잘

챙겨준다고 하더라도 가정집에서 한 식구처럼

사는 사람이나 강아지와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가 입양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그전엔 동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까진

강아지 물품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강아지

물품이 좋으면 얼마나 좋고,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데려오기 전 물품을 몇 개

준비를 하면서 '와~왜 사람들이 왜 강아지

데리고 오면 아이 한 명 키우는 거랑

비슷할 정도로 돈과 에너지가 든다고' 한말이

괜한 얘기는 아니란 걸 느끼게 되었다.

우의에 겨울 누빔 조끼는 기본...

더욱이 나는 태어나서 처음 동물과 함께

하는 거라 이것저것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게

너무 많았기에 몇 개만 사도 십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이게 또 사다 보니

왠지 계속 좋은 거에만 손이 가다 보니

내가 쓰는 제품 사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들었고,

제품도 정말 다양해서 사실 뭘 사야 할지도

한참 고민이 됐다... 아... 커피값 아껴야겠다...


사료와 간식, 장난감, 아이 방석, 영양제,

샴푸, 소파계단, 미끄럼방지 매트, 강아지

데려올 때 필요한 카시트, 패드,

기저귀 등 이것저것 우선 당장 필요한

물품을 몇 개 샀다.

다 토리거~ 많이 사버렸네..

강아지를 데려오는 날 아이를 낑낑

데며 차에 태어서 카싯에 아이를 넣고 안전벨트를

채워서 오는데, 운전대를 막상 잡으니 처음

초보딱지를 붙이고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혹시나 작은 아이가 놀라기라도 할까 봐 말이다...


처음엔 강아지가 케이지가 불편한지

발버둥을 치더니 내가 계속 괜찮다고

틈틈이 만져주고, 말을 해주자 발버둥

치는 횟수가 금세 줄고 잠이 들었다.

너 지금 자니?!...

아... 이 상황에서 잠이 오는구나... 고맙다...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뭔가 마음이

안심이 되는 거같았다.


그렇게 강아지를 태워 내가 처음 간 곳은

동물병원이었다. 피부병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고, 전반적인 건강상태도 확인 할

겸해서 말이다.

 집 근처 동네 병원을 검색해서 리뷰가

좋은 대로 찾아간 건데, 간호사도

없이 나이가 좀 있는 수의사 한 명만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동물병원이란 데를 처음 가봤고,

지금 아아를 입양을 해서 오는 길이라고...

얘기를 꺼내며,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리고 대략적인 나이도

말이다. 수의사는 유기견의 나이는

정확히 알 수없고, 잇몸상태나 발바닥등을

보고 나이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3살 정도로 하자고 하면서 병원 차트

생년월일 입력란에 아이의 생년월일을

21년 11월 24일로 입력했다...

내가 입양한 날짜...


의사는 나말고는 따로 환자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의 상태를 찬찬히 문진하며

살펴 봐주었고, 여러 케어 방법에 대해서도

이이야를 해주었다. 아이를 안는 법,

기본적인 훈련 법 등 말이다... 그렇게

궁금한 걸 묻고 얘기를 하다 보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태어나서 의사랑 이렇게

진료실에서 오래 시간 얘기를 해본 것도

처음이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다고 했고, 관절은 좀 안 좋으니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다, 또 치아상태도 좋지 않으니

스케일링을 한 번 하라고 했고, 가격은

25만 원이 조금 넘을 거 같다고 했다.


또 접종과 강아지 등록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아이가 적응하느라 힘들 수

있으니 1주일 정도 지나서 와서 하라고 했다...

나는 또 미리 준비한 궁금한 걸 몇 가지

더 물어보았다. 그중 나의 질문이 강아지와

같이 살면 사람이 세균감염등 조심할 게 있냐는

거였고, 수의사는 내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게 훨씬 많을 거'라고

얘기를 해줬다... '본인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면서,  산책 많이 시키면서 그냥 같이 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웃긴 게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눈물이 날 거 같았고,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넘쳐흘러 수의사를 약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고,

당황한 수의사는 두루마리 휴지를 내게

건네어주었다...


첫날 좋은 수의사 선생님을 만나 아이를

데려오면서 가졌던 불안감이 조금 줄어드는 거

같았다.

그러고 나서 나는 미리 예약해 둔

애견 미용실에 가서 더수룩한 털도 잘랐고,

목욕도 했다, 가격은 총 6만 원이라고 했다.

사실 데려오는 날 미용까지 하면 힘들 거 같아

입양 상담사한테 먼저 물어봤는데 아이가

순해서 괜찮을 거 같다고 했고, 나는 여기저기

검색을 해서 집과 거리가 좀 있어도

리뷰가 좋은 곳을 찾아갔는데 분위기가 편안한

거 같아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애견 미용 예약하는 게 만만치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하려면 2주일 후에나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진짜

애견인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미용은 1시간 반정도 소요가 된다고 하면서

그때 다시 오라고 해서 나는 또 집으로

와서 한 번 더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점검

하고, 오늘 하루종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이 데려오면서 나는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해서 간단히 김밥을 사서 먹고 나니

미용이 끝났다고 문자가 왔다.


아이를 데리러 가니 이전과 다르게

사진 속에서 봤던 아이의 모습이었다.

미용사님은 아이가 마킹이 심해서

파양 된 거 같다며, 잠시 있는데도

찔끔찔끔 소변을 아무 데나 많이 봤다며

기저귀는 당분간 꼭 채우라고 했다...;;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더 이상 들를 곳도

없으니 이제 정말 우리 집으로 가야 했다.

다시 아이를 차에 태워서 오는데,

아이가 그새 나한테 적응이 되었는지

내 손을 자꾸 빨려고 했고, 내가 움직이는

차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또 곧잘

내 말을 잘 들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옮겨

다니며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 같아 우리 집 옥상에 아이를 풀어놨다.

우리 집이 바로 옥상 밑인 데다 옥상이

꽤 넓어서 뛰어놀기엔 부족함이 없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멀뚱멀뚱 서서 뛰어

노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또다시

짠한 마음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아이는 이곳저곳을 잰걸음으로 마구

뛰다가도 내 시선이 자기 쪽으로 가지

않으면 나한테 달려와 점프를 했다...

너 나 알아? 우리 만난 지 몇 시간밖에

안 됐잖아...

순간 아까 다녀온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못하게 하라는 행동 중에 하나가 두 발로

서는 거 못하게 하란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몸을 낮춰 아이를 진정시키고

쓰다듬어 주었다. 20여분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집으로 들어오니 아이는

마치 여기서 오래 산 것처럼

집안 곳곳을 다니다 날쌘 동작으로

소파로 올라 뛰어 소파 중간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응? 거기 내 자린데...

나도 눕고 싶습니다만...


하지만 나는 아이의 식사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나의 소파를 양보한 뒤

미리 사둔 느낌 있는 사기그릇에 생수물과

내가 사놓은 사료와 오늘 보호소에서

받아온 사료를 섞어 주니 잘 먹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절로 들면서 내 기분까지

좋아지는 거 같았다.

또 사료를 다 먹고 나서는 옆 그릇에

물을 찹찹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러고 나서 나는 계속 눈에 거슬렸던

기저귀를 풀어 주었다...

침대에만 싸지 마라... 이불에만 싸지마라는

주문을 속으로 외우며, 그 외에는 어느

곳이든 용서를 해주겠다란 마음으로 말이다.

건조기 산지 얼마 안된건데...내 소중한 건조기...옆에 왜때문에...;;

나도 다리가 불편하고, 거기다 강아지,

아니 동물 자체를 처음 키워 보는 거라

이런저런 걱정을 했었는데, 천천히

하다 보니 뭔가  강아지도 잘 적응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는 밥을 먹고 나서는

또다시 소파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는 강아지도 피곤할 거 같아 일찍

불을 끄고 사논 강아지 방석을 내주니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방석 끝에 턱을

괴고 금세 잠드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막중한 책임감과 짠함이 몰려와,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의 작은 뒤척임에도 들려던

잠이 달아놨다.

그렇게 나는 안방 침대에 아이는 침대

밑 방석에 누워 있는데, 내가 짧게 잠든

순간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코를 골면서 아이가 자고

있었고, 그 코 고는 소리가 사람이 고는 거랑

정말 똑같았다... 그래 사람도 동물이니

똑같겠지... 한데 그 소리가 조금 크다....


다음날 아침엔 주말이지만 나도 내

출근시간과 똑같이 일어나서 출근 전에

내가 해야 하는 루틴으로 똑같이 움직였다,

그릇을 씻어 새로 물과 사료를 담아주고

먹는 동안 나는 소파에 앉아 나도 물을 한 잔

마시면서 강아지를 지켜보았다.

물을 너무 많이 담아줬는지 강아지가

물을 먹을 때마다 물이 이리저리 튀었다,

미안.... 나도 개엄마는 처음이라...

그렇게 밥을 먹고 나서는 바로 내가 앉아있는

소파로 뛰어 올라와 자리를 잡고 눕는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니 다시 코를 골면서

곯아떨어졌다, 그 옆에 나도 누워 잠시

강아지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잠기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내가 일어나서 움직여도

눈만 떴다 감았다 할 뿐 일어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 일이 없으면

절대 밖을 안 나가지만 아이 산책을 위해

나가야만 했다.

낑낑 데며 하네스를 채워 밖에 나오니

강아지는 소변도 보고, 대변도 봤다...

그걸 비닐봉지에 옮겨 담아 들고, 나는

최대한 강아지 걸음에 맞추려 노력했지만

내 걸음보다 강아지 걸음이 빨라서

걷기가 좀 벅차긴 했다...


다행히 집 앞 산책로가 있어서 강아지랑

편히(?) 산책을 할 수 있었고, 나는 이동네로

이사 와서 가게에서 점원과 나누는 형식적인

대화 말고는 이 동네 사람과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고, 더욱이 아는 사람도 한 명 없는

동네여서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산책을

하면서는  강아지 때문에 자연스레

낯선 사람과 말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오며 가며, 만나는 다른

강아지를 보면 서로 달려들기

때문에 서로가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중에는 길을 터주면서 강아지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먼저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고, 만나지 못하게

끈을 짧게 잡고 달려오는 사람도 있었으나,

거의 서로 강아지들이 인사를 할 수 있게

기다려줬고, 나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저녁에도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한 번 더 산책을 했다... 갈 땐 조금만 걷고

오자 생각했는데 막상 나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또 많이 걷게 됐다.

평소 하루 3000보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

8000보가 넘어 있었다... 실화...

다리가 불편한 내 사정상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이나 가야지 8000보 정도

억지로 걷는 편이었는데 강아지 때문에

하루 두 번씩 산책을 하니 가능한 숫자였다.


산책 후에는 서로 좀 쉬며 남은 져녁시간을

보내다가 언뜻 화분밑에를 보니 구석진

자리에 여기에 소변을 어떻게 봤을까 싶을

곳에 소변을 싸논 것이다...

이렇걸 마킹한다고 하는 거니? 제발 눈에

잘 보이는데, 닦기 쉬운 곳에 보면 안 되겠니?

내가 깔아놓은 패드에 보면 더 좋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주말을 온전히

보내고 나서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나의 출근 시간은 8시까지다 보니 못해도

집에서 7시에는 나와야 하는 터라,

마음은 아프지만 일찍이 가방을 챙겨

밖에 뒀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그동안 본 유튜브 영상에서 집에서 나올 땐

최대한 조용히 나오라고 해서 그렇게 하긴

했지만, 마음이 영 불편해서 문 앞을

나가면서부터 홈캠을 보게 됐고,

아이는 갑자기 블랙홀처럼 사라진 주인이

없는 집에 적응이 안 되는지 문 앞에서 하울링을

하기 시작했다... 좀 하다가 말겠지라며 근무를

하다가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홈캠을 다시

보니 여전히 아이는 멈추지 않고 하울링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이러다가 아이가 잘못될 거

같단 생각에 급하게 당일 오후 반차를

내고 집으로 왔다.

당일에 휴가는 아파도 이제껏 10년이 넘도록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써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급하게 사정을 둘러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강아지 때문에 회사일에

지장을 줘도 되는 건가?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누군가는 벌어야

나도 그렇고, 강아지도 먹고살 수 있는 건데....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서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내일부터는 홈캠을

덜 보면서 너무 감정에만 치우치진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겠다는 다짐도 들고, 아 지금

내가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차 안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강아지를 처음 입양한다고 했을 때,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긴 했지만 우려와

걱정으로 반대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나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 의견을

물었고, 그 사람들은 내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불편한 몸으로 산책과 목욕은

어떻게 할 거냐며... 걱정을 했다.


사실 강아지와 며칠 안 있었는데도,

목욕, 산책 외에도 강아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우려만큼 쉽지 않지만 이제야 어쩌랴

서로서로 잘 살아보는 방법밖에 없지~

그래서 내가 저축통장도 만들었다.

도토리처럼 귀여워서 이름을 토리라고

지었는데, 토리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우리 저축통장 만기되는 날 회사

관두고 해외여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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