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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Dec 20. 2023

견생을 위해서

 집사의 3인칭 시점

입양한 강아지와 3주째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혼자 지낼 때보다 힘들긴 한데, 시간이 갈수록

서로 정이 들어서 그런지 뭔가 힘듦이

그냥 일상생활이 되고, 그런 일상이

또 나쁘지 않다.


강아지가 처음에 집에 왔을 땐,

먹을 때와 산책할 땐 빼면 거의

누워있거나, 자거나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누워 있다가도 내가 일어나서

움직이면 내 발걸음을 따라 움직인다.

이 건 좋은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에는 더욱

나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임이 심해지는

거 같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1-2 주는 보이지

않았던 현상이다.  처음엔 그냥 누워서

눈길로 나를 따라다녔다면 이젠 아주 대놓고

따라다니다가도 내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자기 침대로 가서

누워 있기는 하지만, 나에 대한 애착이

점점 더 강해지는 거 같은 느낌이다.

굿모닝^^잘 잤오?!

또 처음에는 엄청 순하다란 생각만

하고 얌전히 있는 강아지가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가끔 알 수 없는 행동을 해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갑자기 혼자서 집안

이곳저곳을 광분(?)한 채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어제 처음

보았는데, 나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고

집안은 내가 씻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음도 없었는데 갑자기 보이는

행동에 나는 무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강아지를 쳐다보자 강아지도 내 앞으로 와서

내 눈을 지켜보더니 뛰는 행동을 멈췄다.

그러고 나서 나도 놀라서 거실로 나와보니

멀리서 강아지 소리가 들렸던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강아지 소리는 산책 때마다 듣는

소리데 갑자기 왜 이러니... 엄마 무섭게...;;


출근할 때 외에는 아이를 혼자 둔적이

없긴 한데, 이게 혼자 살다 보니 미용실을

가는 것도 망설여지게 만든다, 남의

영업장에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것도

그렇고... 같이 다닌다고 해도 먼저 강아지

입장이 가능한지를 묻고 들어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일이 잦고, 의외로

강아지 입장이 안 되는 곳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식당등의 강아지, 반려견 입장 표지판이

그리 반갑다.


가끔은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오는 시간이 채 한 5분도

안되는데, 이 정도도 아이는 내가 나갔다

들어오면 문 앞에서 나한테 두 발로 서서

헐떡이며 달려들어 발톱으로 내 옷을 막

긁거나, 점프를 하는 거 보면 분리불안의

문제가 있는 거 같긴 하다.

편하게 자는 거 맞지?! 그렇지?..

집에 있을 때 내가 안고 있거나,

뭐 막 미친 듯이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또 우리가 만난 지도 채 한 달이

안되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입양 후 처음 1-2주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잤지만 같이 침대에서 자진 않았는데,

내가 출근했을 때 혼자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같이 있는 동안이라도 함께

있기 위해 내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이러면서 나의 대한

애착이 더 심해진 거 같긴 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쓰다듬는 것도

되도록 자제하려고 하는데,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건

너무 귀엽기 때문인데, 더 자중해야

겠다. 또 말도 많이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내가 출근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나도 모르게 퇴근하고 오게 되면

대답 없는 질문을 자꾸 하게 된다...

'토리 오늘 뭐 했어?', '재밌게 놀았어요?'

등...


산책 후 거실에서 간식을 먹고 쉬다가

안방으로 '자러 가자'라고 말을 하면 아이는

쏜살같이 일어나 안방 침대밑 자기 침대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내가 '너 거기서 잘 거야?!'라며 먼저

내가 침대 위로 올라가서 누워버리면

그제야 침대밑으로 와서 앞발을 들고

낑낑댄다.

그럼 내가 침대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오라고

하는데 아직 계단이 익숙지 않은지

자꾸 점프를 해서 침대 위로 올라오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안아서 계단을 딛고

올라오도록 하거나 먹는 걸로 유인도

해보지만 아직 훈련이 부족한 건지

계단을 두려워하는 거 같다.


아이가 있던 곳에도 소파처럼 앉는

곳이 있긴 했지만 그곳엔 계단이

없어서 아이들이 점프를 해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모습을 봤었다.

하지만 우리 집 소파는 계단 외에는

올라오지 못하도록 의자로 다 막아놔서

어쩔 수없이 계단을 이용하긴 하는데

침대는 아직 사방을 막을 방법이 없어

자꾸 점프를 하려고 해서 걱정이긴 하다.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출근 전 산책과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챙겨 주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퇴근을 하고 나서,

내가 급하게 하는 일은 아이 밥그릇을

씻고 밥을 챙겨준다.

그런 다음엔 아이가 밥 먹을 때만이라도

편하게 먹으라고 먹을 땐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아이옆에 앉아 있는다.

움직이다 보면 아이가 밥을 먹다가도

내 걸음을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나서는  산책을 나갈 준비를

하는데 이게 3주가 넘어가는 같은

활동인데도 아직 옷을 입힐 때마다 버둥되서

옷을 입히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아이 옷과 하네스를 잡으면

아이가 흥분을 하고, 나는 그런 아이를 또

붙잡고 옷을 입히고 하네스를 거는 게

아직도 할 때마다 비지땀이 난다.


네가 좋아하는 산책 가려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지,

왜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이런 걸로

허비하는 건지 특히 아침 출근 전

산책 때는 1분 1초가 아쉬운데,

버둥되는 아이를 보면 참 안타깝다.


'말귀를 알아듣는다면 정말 두 눈 똑바로

뜨고, 차분하면서 단호하게 아주 이성적으로

설명을 해줄 텐데 말이다...;;

'네가 버둥될수록 네가 좋아하는 산책

시간이 줄어든단다 아가야...'

'제발 옷 좀 편히 입자~'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 산책을 나가면

아이는 3~40여 분간 걸으면서 열 번을

넘게 마킹을 한다, 처음엔 스트레스받을까 봐

그냥 내버려 뒀는데, 이게 너무 잦아서

이제 되도록이면 반이상은 못하게

하려고 한다. 또 산책길에서 만나는

다른 강아지들과도 인사를 잘하면

좋을 텐데, 서로 냄새를 맡다가도

갑자기 흥분을 하는 건지 뒷발로 흙을

파내는 행동을 하는가 하면, 짖기도 한다.

집에선 전혀 볼 수 없는 짖음이다.

신기한 게 내가 짖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집에서 짖지 않다가

밖에만 나오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처음엔 집에선 강아지가 짖는 모습을

전혀 못 봤었고, 입양한 지 일주일 만에

아산으로 김장을 하러 갔을 때도 난생처음

보는 나의 언니들과 조카를 보고도 한 번도

짖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한 언니가

성대 수술한 강아지냐고 물을 정도였는데,

1~2주가 지나면서부터는 내가 퇴근하고

오면 몇 번 짖기도 했었고, 가끔은 산책

나가기 전에 흥분을 해서 그런지 집에서

몇 번 짖기도 하는데, 그 건 아주 가끔 일이기

때문에 짖는다라고도 할 수없다.  


그리고 아이 입양 후 요 며칠 비가 올 때도

우비를 입혀 산책을 나갔었는데,

비가 많이 쏟아지지 않더라도 아이는

1층 주차장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고,

걷다가도 바람이 불면 걸음을 멈추고,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아이는 이런 날 산책 경험이 없거나,

많지 않지 않을 거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그럴 땐 억지로 끌고 나가지

않고 1층 주차장만 맴돌다 돌아오기도 한다.

비오니까 안나가네...오늘 산책은 주차장 산책으로..


출근전 산책, 추우니까 옷 두 개로 레이어룩 연출

그 후 밤새 눈이 와서 골목이 하얀 눈으로

덥힌 새벽, 출근 전에 아이와 산책을

나가보니 주민 몇 분들이 눈을 쓸고

계셨지만 그대로 눈으로 덮인 곳이 많아서

강아지가 산책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오히려

눈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뛰쳐나가다가

미끌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미끄러우니까 최대한 조심조심

천천히 조금만 돌다 왔다.


나는 내 성향상 내가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싫으니까 아이에게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주고 싶은 마음인데,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언제까지 나의 인내력을 감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늘 잘하고 싶다...


무엇보다 매일 하루 두 번씩 산책을 하면서

느끼는 일인데, 우리 집은 주택가라서

골목골목이 많은데 그 좁은 골목으로 오토바이며,

자동차들이 어찌나 많이 다니는지 더구나,

 너무 빨리 다녀서 산책을 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옆에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모습이 뻔히

보일 텐데도 좁은 골목길을 쌩하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

나는 운전할 때 멀리서 강아지가 보이게

되면 충분히 견주가 강아지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을 때까지 멀리서

기다리는 편인데... 사실 아마 나도 강아지를

키우기 전까진 이렇게까지는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강아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동물인데,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이 강아지를 밀치듯이

지나가는 행인을 보면 사람으로서 놀라울

정도이다.

남의 강아지고, 관심도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물인데 강아지를 밟을

거처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약간의 분노감마저 든다...


하지만 이제껏 내가 본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에서나, 밝은 대낮 산책로

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강아지가 달려들려고

하면 귀엽다라든가, 본인한테 간식이

없는데 왜 오려고 하느냐 등의 빈말이라도

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참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말씀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사하다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사는 곳도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뭔가 감사함을 나누다 보면 기분이

훈훈해진다. 이게 이웃 간 정인가 보다...


또 강아지와 같이 있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일은 지난 주말에 내가 먹으려고 산 닭가슴살

두 어 개를 맹물에 삶아 생수에 식힌 다음

잘게 찢어서 씻은 생수물과 함께 졌더니

정말 그릇까지 먹을 기세로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사료를 줄 때는 막 달려

들거나 하지 않아서 나는 먹는 거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닮 가슴살 앞에서는

보호자고 나발이고 관심이 없는 건지

아이를 주고  남은 걸 내가 먹으려고

하자 내 어깨까지 타고 식탁으로

달려들어 먹으려고 해서 너무 깜짝 놀랐다.


거기다 다음날 저녁에 산책 후에

남은 한 조각을 주려고 냄비에 데우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발을 닦는 중에도

그 냄비가 끓면서 냄새가 나자 미친 듯이

화장실문 앞으로 돌진하려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란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든 생각이 이렇게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껴 뒀다가 비장의 무기로 가끔씩

해줘야겠다.

배불룩, 애미야 옷이 작다..토리 살찌면 안돼~

그리고 나는 강아지와 침대에서 자면서

알게 된 건데, 자면서도 혼자 뒹굴뒹굴

하면서 자리를 옮겨가면서 자는 게

신기했다, 거기다 꼭 사람과 살이

어느 쪽으로라도 닿게 잠자리를 잡는

강아지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진작 같이 잘걸

그랬나 보다.


토리야 너의 견생이 나에게 모두

달린 거 같아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우리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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