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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Dec 07. 2023

강제로 미라클 모닝을 맞게 되었습니다만...

개엄마(?)의 소회

며칠 전부터 갑자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새벽녘에 일어나도 최대한

누워 있다가 출근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출근하는 게 일상

이였는데, 지금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자동으로 일어나서 출근 전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출근 전,

그것도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산책은

상상도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아마 출근이

오후여도 출근 전에 산책은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강아지를 입양한

후에 변화된 요즘 나의 루틴이다...

출근 전 아침산책...

---초큼 피곤해...;;


강아지를 입양 후 처음엔 소변을

아무 데나 봐서 좀 머리가 아팠는데,

입양 후 3~4일이 지난 선가는 퇴근을

하고 와도 아무 데도 소변을 본 흔적이

없어서 찾아보니 강아지가 분리불안이

심할 경우 소변을 아예 안보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그 이후부터는 바로 미라클

모닝 산책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길이 밀리는 종각에 있는 회사에

8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가도 5분 전 7시에는 집에서

출발을 해야 그나마 간당간당하게 회사에

도착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아침에 산책은

20분 정도를 한다고 해도 다시 집에 와서

강아지 발 닦아주고 밥 먹는 거까지 보려면

최소 6:10분쯤엔 산책을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강아지가 내가 없으면 밥이나,

간식도 먹지 않기 때문에 나는 출근을

하기 전에 밥을 다 먹는 거까지 확인한

후에 문 앞에서 간식 하나 먹는 거까지

본 후에야 출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산책을 나가기 전에

출근준비를 모두 마치고 가방까지 밖에

내 논다음 산책을 나간다, 최대한 출근을 할 땐

조용히 나가기 위함인데, 강아지가 워낙

눈치가 빨라서 나보다 먼저 현관 앞에 나와

있는다...;;

말귀를 알아듣는다면 지금 출근이 너와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라고, 서로 행복하기

위함이라고 100번이고, 만 번이라도

얘기해주고 싶지만... 혹시 내 맘을 알까,,,,

넌 집에 있고 나는 출근하고, 하지만 나는

네가 조금 부러워...


아무튼 아침산책은 내 인생에 있어

커다란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이게 글로는

평화롭게 느껴질진 모르겠지만 서툰 솜씨로

추운 아침부터 버둥되는 강아지에게 옷을 입혀

산책 준비를 하고 나서, 산책 후  또다시

버둥되는 강아지 발을 닦아주는 일은 초보인

나한테 진땀이 나는 일이다...

정말로 한겨울인데도 나는 이렇게 강아지와

씨름을 하다 보면 아침부터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가끔은 그 땀이 눈으로 들어가서

눈이 따가워서 마음은 급한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이 상황에 가끔 내가

뭐 하는 짓인가 하는 현타와 함께

울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게 살아있는 생명이니

최대한 소중히 다루다 보니 강아지가 더

버둥되는 거 같다... 얼마 전에 만난 조카가

내가 옷을 입히는 걸 보더니 자다가

뛰쳐나와 강아지를 안고 옷을 아주 쉽게

입히는 걸 보았다. 오래전부터 이미 다른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조카가 하는 말이,

'이모가 너무 조심조심해서 그러는 거야'라며

이모가 팔을 조금 굽혀 입히면 훨씬 편하다는

말을 건네준다... 그래 내가 강아지를

편하게 해 준다는 게 괜히 강아지를 더

힘들게 한 건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출근 전 아침 산책은 내 인생에서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인데, 어쩔 수없이

이른 아침에 강아지와 단둘이 어두운 골목

골목을 다니다 보니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도 골목골목 어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가 모퉁이에서 마주치게 되면 서로

놀라서 가끔 얼굴을 마주 보고 멋쩍게

웃기도 한다... 가끔은 급하게 집에서

나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면 강아지가

그 사람을 따라가기도 한다, 그럼 또

어떤 분은 상냥하게 '너 왜 나 따라와'라며

인사를 건네준다. 그리고 어떤 집 앞을

지나다 보면 아침부터 TV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하고, 왁자지껄 출근 준비를 하는

듯한 가족들의 소리도 적막한 새벽골목길을

메우기도 한다.... 사람 사는 거 크게

다를 게 없다...


아무튼 1인가정에 입양된 유기견,

강아지는 나와 함께한 지 2주가 되어 가고

있고... 1인 가정인만큼 강아지도 내가

출근한 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출근 전과 출근 후에 하루에

두 번이나 산책을 하게 된다... 그것도 내 인생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퇴근 후 저녁 산책엔 최대한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 여유 있게 산책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는 거면 충분히 냄새를

맡고 싶은 만큼 맡게끔 기다려 주다 보니

약 1시간은 하게 되는 거 같다...

이렇게 강아지는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하면서 밖에서 대, 소변을 보다 보니 집에서는

아예 패드나 기저귀가 필요가 없다...


사실 이 강아지는 보호소에서도 마킹이

심해서 기저귀를 차고 있던 강아지인데

우리 집에선 기저귀를  한 번도 차본적이

없다... 걱정이 되어 입양 전에 패드와

기저귀를 사놨는데 필요가 없게 됐으니

어디 기부라도 해야겠다.

대신 나는 산책 지옥(?)에 1년 365일

빠지게 될 것이고, 나는 꼭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최소 하루 두 번은 산책을 하게

될 것이다...

괘 괜찮아... 나도 운동되니까...


입양한 지 일주일이 좀 지난 후에 입양을

해온 보호소에서 강아지 소식이

궁금하다면 밤에 문자 한 통이 왔다,

나는 강아지와 함께 지낸 사진 몇 장을

보내 주었다, 그랬더니 강아지 잘 지내는

거 같아 안심이 된다는 답변이 왔다.

시골에 김장하러 온 사진, 부럽다...꿀잠..나는 허리가 휜다..K김장
선물 받은 옷 입으니 자태가 곱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긴 거 말고는

사실 시설보다 크게 나쁠 건 없을

거 같은데, 내가 출근을 하면 혼자

오랜 시간을 있어야 하는 게 지금은

나도 적응이 안 돼서 퇴근시간이 되면

되도록 뒤도 안 돌아보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온다. 또 이게 다가 아니다 집에

설치한 홈캠 화면을 집 문밖을 나오면서

부터 출근을 해서 퇴근을 할 때까지

수시로 본다.

잠을 자다가 깨서도 유튜브에서 강아지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까진 장수프로그램인

동물농장도 몇 번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자다 일어나서까지 찾아보는 게 나 자신한테도

내가 놀라울 정도의 변화이다.


이게 바로 책임감이랄까... 이렇게 근 2주

가까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에 있는

식물들 돌 볼 여유가 없었다... 나는 이전에

식물에 진심이었던 사람인데... 강아지에

빠져서 식물들에게 관심을 못 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식물들이 시들시들 해지고

있었다... 그제야 아,,,,나한테 식물들도

있었지... 라며 식물들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생명이데... 내가 무심했다는 걸 깨닫고

또 바쁘게 물을 받아 이곳저곳에 있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엄마들이 일 다녀와서 나랑 많이 못 있어

줬으니 일 끝나고 나서라도 나랑 놀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었는데, 왜 엄마들이 고된 일을

끝나고 집에 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잠시

집에 엉덩이 한 번 붙이고 앉아 쉴 여유가

없었는지 이제야 알 거 같다. 나도 퇴근하자

마자 강아지 밥그릇을 씻은 뒤 강아지

밥 주고, 산책 나가고, 갔다 와서 씻기고,

말리고.. 간식 주고... 집안 이곳저곳 정리며,

청소를 하다 보면 8시가 넘는다...


청소는 원래 1주일에 한 번 정도 바닥을

닦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강아지가

바닥을 자주 핥아서 바닥을 매일 닦게 된다...

거기다 나도 씻고 뭐 좀 챙겨 먹으며

잘 시간이고 아... 엄마들 마음을

개엄마(?)가 된 후에야 조금 알 거 같다...


누군가와 동거를 한다는 게 인생의 변화라면

아주 큰 변화인데, 서로 적응하며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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