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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Oct 04. 2024

지금 제 사명 말씀하신 건가요?!

즐겁게 사는 걸로 할래요~~

혼자서 살아도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다, 이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감 때문인지

가끔은 속절없이 세월만 흘려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쉬는 날은 바깥출입이

많다 보니 더욱 바쁜 날도 많다.


출/퇴근하는 거 말고도, 하루 세 번

토리 산책시키기, 토리 목욕, 매주

어깨 치료, 길고양이 물 동냥...;;

외에도 운동, 독서, 영어공부

그 외 집안 잡다일 등....


이게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데도, 늘 회사

도착 시간은 빠듯하다.

또 퇴근을 하면 실외배면만 하는

토리 때문에 퇴근을 해서 집에 가방

놓기 무섭게 토리를 데리고 나간다.

분명 퇴근을 했는데, 출근을 한

기분이... 기분 탓이겠지....;;

그리고 내 도가니는 하루 세 번

산책으로 과부하가 걸렸는지,

걸을 때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아기 길고양이들, 물이라도 깨끗하게 먹으라고 매일 떠다주고 있다.


밖에만 나오면 난리 난리 난리

그러다 보니 몸을 움직이는 게

고통이고, 토리가 날뛸 때마다

화가 올라오고, 삶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는 것을 깨닫게 된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마치고, 출근을 하는

차 안에서 나에게 물었다, '안 좋게 생각해서

좋을 게 없는데, 왜 자꾸 삶에 대해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는 건데?'라고 말이다.

다리가 아프지만, 이 정도 걸을 수 있는 것도,

토리를 입양해서 좋은 사료를 사줄 수

있는 것도 거기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빠듯한 시간이지만 네가 좋아하는

커피까지 한 잔 사들고 갈 수 있는데라고

까지 생각을 하다 보니 크게 나쁠게

없다란 생각이 들었다.

좌: 출근길 우: 퇴근길

얼마 전에 부정적인 감정이 정점을

이룰 때, 막내언니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막내 언니는 체구는 작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알뜰하게 살림을 잘한다.

가끔은 내가 보기에 그 알뜰이

궁상맞아 보일 때도 있어 약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가령 세상의 모든

쿠폰을 다 가져다 쓸 거처럼 하고,

퇴근을 하거나 쉬는 날이면 경제 유튜브나,

부동산 유튜브를 무슨 수험생이 수능 공부하듯

한다.


정말 가끔은 그런 모습을 볼 때 왜 저라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열심히 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다 보니 '삶의 어떤 목표가

있길래 그렇게 하냐고 묻자', '자신이

부족한 게 많아서 공부하는 거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란 얘기를 했다.

사실 나는 요 근래에, 아니 올해 들어서도

쿠폰을 써본 적이 없는 거 같고, 어떤

쿠폰을 어디서 받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적지도 않은 나이에 일과 살림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뭔가를 배우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고, 그런 언니와

통화를 하고 나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

또 어느 날은 어깨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마사지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며

'그냥 살아가는 거 자체가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라고' 얘기를 듣는 동안

마사지 베드에 누워있는데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살아가는 게,

내 사명과 소명을 다하는 일이라면

그보다 더 쉬울 방법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 가지를 더 붙이자면,

'그냥 살아가는데, 즐겁게 살라'고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자신도

웬만하면 부정적인 일들이 있으면,

일부러 자기 자신을 위해 회피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어느 잡지에서 본 건데, 40년 넘게

한식 셰프로 일한 (주)한식공간

조희숙 대표가 한 말이 또 마음에

와닿았다, '타고난 내 모습, 선택이

불가능하도록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의 내 모습, 내 의지와 힘으로

이끌어가며 형성된 내 모습을

수용하고  인정할 때 진정한

나다움이 완성될 것'이라고

하는 잡지 말미에 적힌 이 말은

실로 나를 콕 집어 나한테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리 불편하고, 아픈 것도 어제

오늘일 아니고, 지금 당장 몸져누울 

정도 아니면  지금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사는 걸로 내 사명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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