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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30. 2016

머리 하는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머리스타일이 그게 뭐냐는 타박에 시달리는 남자~ 결국 남자는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미용실로 가요. 가는 곳은 늘 집에 있는 작은 동네 미용실 아니면 학교 구내 미용실이었던 남잔 이곳에서 그만 눈이 휘둥그레져요. 이끌려 온 곳은 럭셔리풍의 완전 고급 미용실이거든요. 분위기부터가 달라요. 바글바글 바글바글. 여자들로 넘쳐나는 미용실!! 세련된 여성이 많아 눈이 즐겁다 생각하겠지만 그건 오산이에요. 오히려 동물원 원숭이 보듯 남자를 바라보는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에 남자는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어요. 어색해요. 수적으로 여성들이 우세하기에 미용실에서의 남잔 기선 제압에 눌려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때 어떤 여자 생글거리며 남자 앞에 다가오더니 겉옷을 달라고 해요. 지가 내여친도 아닌데... 무슨 겉옷을 챙겨 걸어 주려는지 생글거리는 여자의 행동이 오버스럽다가도 그 여자 얼굴을 보니 예쁘길래 그냥 웃으며 넘겨요. 그런데 글쎄 이 여자 남자에게 선생님을 찾아요. 어떤 선생님을 찾느냐고 자꾸 물어요. 이건 무슨 아이 땡땡 스쿨도 아니고... 왜 미용실에선 선생님 타령인지 남자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돼요. 그때 여자친구 나서서 처음이라 말하며 좋은 선생님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해요. 헤어디자이너를 기다리며 미용실을 훑어보는 남자!!  

  

남- 남자는 나 혼잔가?    


다행히 한쪽 구석에서 잡지를 읽고 있는 남자가 보여요. 동병상련의 맘으로 다가가 말을 붙여봤더니 그 남자도 여자에게 이끌려왔대요. 그 남자 말이 매번 여자친구 머리 할 때면 같이 와야 대요. 3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대요. 이젠 미용실에서 커피 마시며 잡지 읽고 나름 즐길 줄 안다고 말하는 남자예요.    


드디어 남자의 순서가 왔어요. 먼저 머리부터 감는 남자! 그런데~ 이런 경우 처음이에요. 머리를 뒤로 젖혀서 감기는 처음이에요. 그것도 다른 처자에 의해서 머리가 감겨지는게 괜히 신경이 쓰여요. 잠시 온몸이 경직되며 뻣뻣해지더니 시선처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민망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어색한 기분이 싫지가 않아요. 머리 마사지까지 해주니 기분 최고예요.  

   

남- 다들 이 맛에 미용실에 오나? 좋네... 좋다~~~~~`   

 

머리를 감고 드디어 스타일 변신할 순서!!! 헤어디자이너가 어떤 스타일로 해드리냐며 남자에게 물어요. 여자친구에게 끌려온 남자는 말해요. 자기 스타일은 없다고! 여자친구 스타일대로니까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라고!!! 여자친군 옆에서 헤어디자이너에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기 바빠요. 남의 머리 가지고 둘이 말이 많아요. 지들끼리 이 머리는 어떻고 저 머리는 어떻고 아주 난리예요. 결국 여자친구의 스타일에 맞춰서 자르고 감고 말고 이건 머리의 수난시대예요.    


거울을 바라보는 남자~ 망토까지 걸쳐 놓은 자신의 폼을 바라보니 왠지 쇼를 펼쳐야 할 것 같아요.   

 

남- 지구는 내가 지킨다!!!  

  

순간 독수리 오형제를 상상하기도 해요. 머리 하나 하며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남자예요. 어렸을 적 어머니가 바가지 씌어서 머리를 잘라주었던 일. 군대 갈 때의 박박 밀었던 그때의 슬픔. 머리에 대한 갖가지 사연을 떠올리다 보면 그 길기만 한 기다리던 시간은 금세 지나간대요. 거기다 미용실에 예쁜 여자가 등장하면 여자친구 몰래 슬쩍슬쩍 훔쳐보기도 해요. 이렇게 남자는 나름 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즐겨요. 세련된 여자들이 바글바글한 미용실에서의 시간이 이제는 적응된다 말하는 남자! 하지만 머리에 파마라도 한다고 이상한 모자 같은 걸 뒤집어쓸 때는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대요. 스스로 거울을 봐도 우스꽝스럽고 창피한데 여자친군 글쎄 기념해야 한다며 찰칵찰칵 사진까지 찍고 난리예요.    


남- 아.. 창피해... 내가 이렇게까지하며 살아야 하나~~~~`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이 많아지는 남자예요.    


드디어 머리 완성! 이런 된장~~~ 굵은 라면 같은 머리를 보고 좌절하고 마는 남자예요. 처음 하는 머리가 괜히 낯설기만 한 남잔 고등학교 때의 짧은 머리가 훨씬 나은 거 같다는 생각도 해봐요. 하지만 옆에서 괜찮다고 말하는 여자친구의 말에 역시 럭셔리 미용실은 스타일이 다르다며 나름 폼 내며 계산대로 향해요. 그런데 이런 간장~~~~~~~` 예상했던 대로 가격이 장난이 아니에요. 어이가 뺨을 치는 수준이에요.    


남- 이 돈이면 술 몇 잔이야???    


남자는 결심해요. 다음부턴 그냥 싸게 동네 미용실을 이용하기로 해요. 하지만 여자친구 한마디 해요. “우리 오빠 멋있네”

언제 또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고급미용실로 올진 또 모를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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