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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31. 2016

결혼식에 간 여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봄바람 타고 온 결혼시즌... 여자는 5년 전 그때를 기억해요. 웨딩드레스를 입을 꿈에 부풀어 올랐던 벅찬 가슴의 그때를 떠올려봐요. 오늘 친구의 결혼식이거든요.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거라 친구들이 없을 거라며 은근히 걱정했던 친구거든요. 그러니 친한 너만은 꼭! 꼭! 참석해 달라고 전부터 신신당부를 해왔어요. 그러니 애 핑계를 댈 수도 시댁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신랑에게 아이들 맡기고 결혼식에 갈 수밖에요.

결혼식에 갔더니 역시 주렁주렁 애들 데리고 온 아줌마 친구들이 넘쳐나요. 아이들 울음소리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며 이러니 결혼식장은 소란스러울 수밖에요.   

 

여- 나도 우리 아기 데리고 올걸 그랬나    


신랑에게 맡긴 아이가 그새 보고파지는 여자예요.    


일단 여자는 부신부를 찾아요, 제주도에는 부신랑 부신부 제도가 있어요. 신랑 신부들의 가장 절친한 친구들이 결혼식 준비부터 결혼식 후 친구들 뒤풀이까지 결혼식 관련 모든 일들을 꼼꼼히 도와준대요. 쉽게 말해 부신랑 부신부는 신랑 신부의 매니저라 할 수 있어요. 여잔 부신불 찾아 축의금을 전달하고 답례품을 챙겨 받아요.

    

여- 뭐야? 폼클렌징이야? 폼클렌징은 따로 쓰는 제품이 있는데... 에이.. 핸드크림이 좋은데~  

  

투덜투덜 답례품에 대해서 말이 많은 여자예요.    

이어서 여자는 신랑을 찾아요.    


여- 도대체 어떤 남자 만나서 결혼하려고 이 나이에 하는지 신랑 구경 좀 해 보자    


좋은 직장에 능력 빵빵하다던 신랑~ 얼굴까지 조각처럼 참 잘 생겼어요. 그런데... 아~ 이 남자... 키가 작아요. 옆에서 사람들이 말이 많아요. 조건 보고 결혼했다느니 이 말 저말 덧붙여 가며 다들 저마다의 추리 기사를 작성해내기에 바빠요.    

한편에선 미스들의 쏟아져 나오는 소리에 귀가 다 아파요. 신랑 친구 중에 괜찮은 친구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왔대요.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다이어트를 했다는 친구~ 마사지며 팩이며 피부관리를 하고 왔다는 친구!~ 이번엔 기필코 만나야 한다며 결심을 다지는 미스들을 바라보며 저런 게 올드미스들의 맘인가 하며 적당한때 결혼한 걸 다행이라 생각해보기도 해요.     


드디어 결혼식은 진행이 됐고 하이라이트 이벤트 시간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여자... 하이라이트라는 이벤트에 관심이 없어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늘 똑같은 멘트의 이벤트가 그렇게 지겨울 수가 없대요.    


여- 뭐야? 이번에도 만세삼창? 체력테스트?


결혼식 10번을 넘게 다녀본 이 여자에게는 뭔가 신선한 이벤트가 필요하대요.   

  

여- 뭐 축가도 뻔하겠지~    


너를 사랑해, 다행이다, 신부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 뻔한 레퍼토리의 축가들... 이 뻔한 축가에 지긋지긋하다는 여자!!! 역시나 별 기대가 없어요. 그런데 여자의 귀를 잡아끌고 시선을 잡아끄는 축가!!!

갑자기 장구소리 들리더니 판소리로 춘향전의 ‘사랑가’를 들려준대요. 어르신들도 들썩들썩~ 모두가 흥이나 즐거운 자리~ 신랑은 판소리 도중 신부를 버럭 껴안는가 하면 신부는 신랑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봐요. 이 즐거운 결혼식 풍경이 참 신선하게 다가오는 여자예요.    


부모님 발이 넓다고 하더니 친구들은 적어도 부모님 하객들로 넘쳐나 꽉꽉 채워진 결혼식장이에요. 그런데 옆에서 미스 친구 난리가 났어요. 사진 찍는 시간은 남자 하객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아주 결정적 시간이래요. 피로연의 참석여부도 이 시간에 결정을 짓는대요. 결혼식에 왔다 갔다는 표시 확실하게 해주지... 거기다 괜찮은 남자가 없는지 제대로 관찰할 수 있지...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한다며 아주 신이난 미스 친구들이에요.    


여- 친구들 나오래... 가자!!!!    


미스 친구들의 얘길 듣고 나서 일까요? 사진 찍는 시간,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여- 저기 저 남자... 이 남자... 요 남자... 그 남자... 다 유부남이래~`    


쓰러지는 미스 친구들!!!! 괜찮은 남자는 어째서 다들 유부남인 거냐며 다시 또 수다로 접시를 깨대기 바빠요. 미용실 드라이비가 아깝고 마사지받은 정성이 아깝고 축의금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대요.

   

여- 결혼해봐.... 외모? 그런 거 필요 없어...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래도    


그래도 지가 먼저 결혼했다고 속으로 기세 당당한 여자예요.


왜 많이 벌어주지 못하냐고, 집에 신경  좀 많이 써줄 수 없냐고 매일 매일 남편에게 잔소리를 긁어대긴 해도 그래도 여잔 행복한 가정의 든든한 남편, 아이가 있어 참 행복하대요. 사는 게 바빠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남편과의 로맨스를 오늘 좀 연출해보겠다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예요.   

 

지금까지 결혼식에 간 여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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