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간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이제 결혼 5년차인 남자는 결혼식에 가는 게 귀찮아요. 축의금 걱정에 결혼식이 그리 반갑지가 않대요. 하지만 직장동료가 결혼한다는데 그냥 모른 척~~ 넘길 수는 없는 노릇!!! 사회생활하는 남자들은 그래요. 이곳저곳 쫓아다니고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참 많대요. 이러니 이러니 축의금 통장을 따로 관리해야 할 정도래요.
남-친한 친구가 아니라 직장동료니까. 이 정도 담으면 되려나?
나름 계산을 하며 축의금을 챙겨 담은 남자!!! 결혼식장으로 향해요.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기로해요.
시끌시끌 결혼식장이 어수선해요. 신랑 친구들 모습도 보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니 예전 총각 때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요. 총각 때는 그랬어요. 결혼식장에 가는 게 참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었어요.
남- 괜찮은 여자들이 많아야 할 텐데~~~
안 입던 양복도 꺼내 입고 넥타이 신경 쓰고 왁스로 머리 잘 세우고 어쩜 좋은 인연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지난날 생각에 잠시 미소 지어요. 신랑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해요. 떨려하는 신랑의 모습을 보니 옛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남- 얼마나 떨릴까? 다시 하라면 못할 거 같아.
하객들 신경 써야지 신부 눈치 봐야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어르신들 잔소리에...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결혼식... 두 번 다시 치르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멋지게 턱시도 차려 입고 새하얀 드레스의 아름다운 신부를 기다리는 모습에 잠시 설레지는 남자예요.
드디어 신랑 입장!!!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는 신랑에 이어 이번에는 신부가 입장을 해요. 밴쿠버 올림픽의 꽃이 피겨스케이팅 우리의 자랑스러운 김연아 선수라면 결혼식의 꽃은 단연 신부!!! 남자는 눈에 불을 밝혀 신부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해요.
남- 드레스만 입으면 왜 이렇게 여자들은 달라지냐고!!!!
결혼식 전 소개받은 신부의 모습은 이러지 않았는데, 여자들의 화장발 드레스발에 다시 한번 놀라는 남자예요. 거기다 나이까지 어린 신부를 보며 부럽다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신랑이 도둑놈처럼 느껴질 뿐이에요.
남- 결혼해봐~~~~` 고생길이 훤하네~~~~~~~
결혼한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얘기도 한바가지로 가득 이래요.
남자의 시선이 이번에는 사회 보는 친구에게로 향해요.
남- 얼마나 재밌게 보는지 보자고.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대신 사회를 보고 싶을 정도예요. 땀 삐질에 더듬더듬 신랑보다 더 긴장했나 봐요. 이러니 주례가 대신 진행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주례사에 대해 말들이 많아요. 얘길 들어보니 20만원 주고 부른 주례 선생님이래요. 하객 알바도 있다더니 주례 선생님도 사서 쓰는 달라진 세태에 남자는 쓴웃음을 지어요.
축가로라도 기분을 업시켜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쿵짝이 안 맞나 몰라요. 축하를 하러 온 자린지 초상집 분위기 연출하러 왔는지 어째서 슬픈 노래로 신부까지 울리는지 덩달아 남자의 마음까지 우울해지는 자리예요.
이런 남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갑자기 신랑이 마이크를 잡아요. 신부를 위해 직접 축가를 불러준대요. 권상우가 결혼식에서 불렀다는 김동률의 ‘감사’란 노래를 불러요. 남자가 봐도 멋진데... 보는 여자들은 얼마나 큰 감동일지 신랑의 축가로 생각이 많아지는 남자!!!!!
남- 왜 나는 저 생각을 못했을까? 그랬으면 아내한테 사랑 많이 받고 있을 텐데
뒤늦은 후회를 해보는 남자예요.
역시 잔치는 잔치인가 봐요. 웅성웅성 말들의 잔치!!! 동창회장이 따로 없어요.
남- 오랜만이다... 여기서 보는구나... 어떻게 지내? 결혼은 했고?
역시 제주는 좁다더니 결혼식장에 오면 항상 그래요. 동창을 비롯 후배며 선배며 만나는 사람도 참 많아요. 취직 못한 친구 녀석은 취직을 부탁하기도 하고 누구는 어떻게 지낸다는 둥 동창들의 근황을 전해 듣는 정보교류의 장이 따로 없어요.
사실 식장 가기 전엔 축의금 걱정으로 약간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결혼식 참석하고 났더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남자가 달라졌어요. 잠시 예전 아내와의 행복했던 지난날을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기쁨의 결혼식이었음에는 분명해요. 오늘은 아내에게 데이트 신청 좀 해야겠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예요.
지금까지 결혼식에 간 남자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