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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Feb 07. 2017

여자에게 화가 난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여자에게 화가 난 남자>
 
여자가 남자를 화나게 해요.
화를 내게 하는 이유는 참 많아요.
오늘 아침에도 그래요. 가뜩이나 업무일로 복잡해 죽겠는데.. 끊임없이 울려대는 문자메시지! 일이 바쁘다보면 답장을 안 할수도 있지, 왜 여자들은 허구헌날 답장을 요구하는지 몰라요.
몇 번 답장 안 해줬더니.. 이번에는 전화까지 왔어요.


남- 어.. 내가 좀 바빠서 끊는다.


이랬더니 여자.. 말이 많아요. 어째서 자기가 얘기하는 도중에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냐며 막 따져대요. 이럴 때 남자는 화가 날수밖에 없대요.
화가 난 남자.. 그 다음부터는 쌩~쌩~ 문자가 와도 나몰라라~쌩~ 전화가 와도 나몰라라~쌩~ 절대 반응하지 않기.. 무시하기.. 화가 난 남자들이 자주 쓰는 방법!!! 상대의 반응에 절대 반응해주지 않는대요. 그랬더니 여자 결국 남자 회사 앞까지 찾아왔어요.
그런데.. 도대체 화 풀어주러 왔는지 아님 화를 더 돋우러 왔는지 점점 더 남자를 화나게 하는 여자에요.


여 - 오빠 정말 너무해... 내 옛날 남자친구는 말이지... 전화도 잘 받고...


또또 시작됐어요... 자기 기분 안 맞춰준다고 옛애인과 남자를 비교해대니...
이 또한 남자를 굉장히 열 받게 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
옛애인과의 비교도 모자랐는지 이번에는 글쎄 지나가는 남자를 보며 비교질이에요.


여 - 너무 잘생겼다.... 탄탄한 저 몸매....


지나가는 남자에 이어서 이번에는 글쎄 연예인까지 거느려가며 비교질이에요.


여 - 이병헌 나온 영화 보러가자... 내가 이병헌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빠가 봐도 너무 멋있지?


존심 강한 남자들은 그래요. 옛 애인과 비교한다든지, 지나가는 남자와 바교한다든지, 연예인과 비교한다는지 또다른 누구가의 남자와 비교질 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대요.


남- 결혼해라.. 결혼해.. 그래, 이병헌이 좋아? 내가 좋아?


여- 잘생긴 건 이병헌인데, 오빠랑 사귀는 걸 어떡해...


아.... 갈수록 환장~ 도대체 이건 인내력 테스트도 아니고 왜 이렇게 남자를 화나게 하나 몰라요.
화 좀 내봐? 성질 좀 피워봐~하고 잠시 머뭇거렸더니.. 어디선가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여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에요. 친구의 전화인가봐요.


여 - 어.. 오빠가 영화 보여준다고 그랬거든... 우리 오빠가 얼마나 자상한지 너 모르지? 내가 그 자상함에 반했다는 거 아니냐... 


이러니 이러니 화도 못 내고... 사실 이 같은 자랑질도 때론 남자를 화가 나게 한다나? 사실 여자 앞에서 그러지 못하는데... 마치 그런척~ 남들 앞에서 남자가 무지 잘한다며 자랑질 칭찬질 하니 부담 되는건 당연지사.


남- 뭐야? 지금 나한테 ‘이렇게 좀 잘해봐~’하고 돌려 말하는 거 아니야?


은근한 강요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난대요.
이번에는 글쎄~남자가 들으면 안 되는 내용인지 평소엔 거리낌 없이 통화에 문자 내용까지 보여주던 여자가 남자를 신경 쓰며 통화를 황급히 끝내는거에요.


여- 통화 그만하고 문자로 얘기하자... 내가 곧 문자 보낼께~


남자가 보지 못하게 지들 끼리 문자질이니.. 아아... 또또 남자는 솟아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참아요. 하지만 그러면 뭐해요.. 여자가 또 화나게 만드는걸~


여 - 나 내일 저녁엔 아는 오빠가 저녁 사준다고 해서


이건 아예 작정하고 제발 남자보고 화 좀 내라~ 제발 내라~ 부채질이니!!
남자도 이제 도저히 감정 조절이 안된다나?... 산산히 부서지는 인내력이여~


남 - 나 이 기분으로 영화 보러 못 가.. 다음 스케줄 없고.. 집에 가자


이러면 여자가 알아서 화를 풀어줄 거라 여겼건만


여 - 오빠는 왜 그렇게 속이 좁아?


남- 그래.. 나 속좁은 거 몰랐냐? 나 그런거 모르고 나랑 사귀는 거야?


꿈틀거리던 화를 표출해가기 시작해요.  담배를 꺼내 들더니.. 여자 앞이건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요.


여 - 오빠.. 나랑 약속했지... 담배 끊는다고


남 - 지금 누가 담배 피게 만드는데?
 


이번에는 남자의 휴대전화가 울려대고


남 - 왜 전화했는데? 바쁜데 왜?야.. 너까지 왜 열 받게 하는데?

짜증나게 전화하지 말라고 그랬지?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른사람들에까지 다 표출하니!
순간 분위기가 살벌 모드로 바뀌었어요.
꼭 잡았던 두 사람의 손이 풀린지는 이미 오래고 여자를 두고 벌써 몇걸음은 훨씬 더 앞서서 걸어가는 남자!!! 그러면서도 여자가 신경 쓰였는지 뒤돌아 여자가 잘 쫓아오고 있는지는 슬쩍 슬쩍 살펴보는데, 사실은 여자가 먼저 미안하다며 다가와주길 바라는 남자래요.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존심에 살고 존심에 죽는다는 남자들은 그래요
여자에게 화를 내놓고도 여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면 어쩌나~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하루 이틀.. 매일 매일 ... 여자가 먼저 미안해하고 연락해 오길 기다린대요!
기다리다 지친 남자는 끝내 자신이 먼저 여자에게 연락을 하곤


남 - 너 왜 나한테 전화 안하는데?


연락 안한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하며 여자에게 전화해 다다다 따져댄데요 .


지금까지 여자에게 화가 난 남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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