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Feb 13. 2024

어떤 목마름

이백 예순두 번째 글: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혹시 살면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으신가요? 아니면 가볼 수 없던 곳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나요? 그도 아니면 진로의 갈림길에서 그때 버려졌던 길에 대한 후회가 있는지요?


선택이란 건 그런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꽤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믿음도 지나고 보면 후회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길까요? 분명히 그땐 최상의 선택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는 그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하게 되어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뭘 선택해도 후회하게 된다면 그 어떤 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이 누락되면 삶은 거기서 멈추고 마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선택과 취사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전 살아오면서 두 가지 분야에 대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목마름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서로 유사한 점도 있어 보이나 지인들에게 말하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보일 정도로 대극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하나는 정신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경입니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여기에 꽂히게 되었는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이유 없이 관심이 갑니다. 시내 서점을 가든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든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이 두 분야의 책은 어떤 신간들이 나왔는지 훑어보곤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 가서 말 한마디라도 꺼낼 만큼의 사전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무작정 눈이 가고 손을 뻗게 됩니다. 마치 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TV에서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눈을 떼지 못하고, 유튜브 동영상 강좌는 시간 날 때마다 듣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뭔가를 뽐내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갈증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듯, 이렇게라도 하면 가슴속의 갈증을 달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죽기 전에 언젠가는 정신분석과 도덕경에 관련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현재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모든 게으름뱅이가 그렇게 하듯 저 역시 언젠가는, 머지않아 곧, 이라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는 꼴입니다.  그대로입니다. 언젠가는 꼭 하고 말 것입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이 두 가지 분야가 시한을 정해놓고 공부한다고 해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습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 과한 것일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사카모토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