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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14. 2024

황당한 사람

이백 예순세 번째 글: 나도 잘못은 했지만…….

공공도서관에 앉아 한참 글을 쓰다가 조금은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노트북 좌석의 오른쪽 끝에 한 여자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테이크아웃 커피 2통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분이 도서관 사서에게 어떤 요청을 받았습니다.

"여기에서는 음료수 드시면 안 됩니다. 밖에 나가서 드셔 주세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 자리 앞에도 음료수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차, 싶었습니다. 물론 그래서 제가 옆에 있던 그 여자분을 보며, 공공도서관에서 뭐 저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냐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진 않았습니다. 누워서 침 뱉기니까요.


어쨌거나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그 여자분의 행동은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밖에서 음료를 마시고 와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던 사서를 쳐다보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도 먹고 있는데요."

그 여자분이 가리킨 손가락 끝은 정확히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민망하긴 했습니다만, 멀쩡한 이름을 갖고 있던 제가 졸지에 '저기'가 되어 버리고 말아 더 황당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여자분이 이름을 리도 없지만, 사람을 대뜸 '저기'라고 표현하니 기분이 그렇더군요.


그 여자분은 자기가 생각해도 무안했던 것인지, 아니면 도서관 사서의 제지를 받아서 기분이 상한 것인지 그 길로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제가 음료수를 마시다 이런 제지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고 말입니다.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첫째는, 죄송하다고 말한 뒤 나가서 음료를 비우고 들어오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조금 전의 그 여자분이 한 것처럼 다른 사람이 마시는 것을 가리키며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듯 무언의 항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이 도서관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한 자체를 부인하는 게 아니라, '나 말고도 음료를 마시는 다른 사람도 있다'는 말로 자신의 몰상식(?)한 행위를 합리화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냥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였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왜 굳이 그녀는 타인의 행위까지 들먹여야 했을까요?


공공장소에서는 지켜야 할 예절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저 또한 몰상식한 짓을 한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몹시 불쾌했던 것은 왜 물귀신처럼 구느냐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이 작은 소동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제 일에 타인을 끌어들이는 모양새가 흉한 행동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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