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Feb 18. 2024

비 내리는 저녁

2024년 2월 18일 일요일, 비


몸은 녹아내리는데 하늘은 이런 내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까지 내린다. 하긴 일개 미천한 한 인간의 사정까지 하늘이 고려할 이유는 없을 테다. 금요일 밤에 한숨도 못 자고 서울에 갔다 온 탓에 온몸이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 듯 욱신거리지만, 어쩐 일로 오늘의 비는 좀 반가웠다.


이럴 때는 속칭 뷰가 좋은 곳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셨으면 좋겠다. 벽 전체가 창으로 된 곳에서 아래를 혹은 시야가 가 닿는 가장 먼 곳을 내다보며 커피의 향을 음미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  집 근처의 작은 커피숍에 왔더니 앞 테이블에 앉은 혼성 3인조의 손님들이 너무 소란스럽게 해 신경이 곤두섰다. 최소 일흔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라 뭐라고 말을 건네는 것도 쉽지 않다.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그들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듣고 말았다. 손님 중 여자 한 분이 최근에 한 남자를 당구장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후회된다며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것도 맞은편에 앉은 두 남자에게. 얼굴을 들어 슬쩍 봤다. 나도 한 이십 년 후에도 저 사람들처럼 저러고 있을까, 싶었다.


속사정은 알 수 없으나, 듣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만 든다. 나이가 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말이다. 말을 많이 하면 공허감만 들뿐인데......

매거진의 이전글 북토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