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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21. 2024

잘된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2024년 2월 21일 수요일, 비


새로 전입해 온 선생님들과 남아 있는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년 배정 및 업무 분장을 발표하기 직전이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먼저 부장교사 명단을 발표했다. 부장을 희망한 건 맞는데, 생각에도 없던 3학년 부장이 되고 말았다. 실은 5학년을 1순위로 희망했다. 어떤 이유로 그리 된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얼떨결에 앞으로 불려 나갔다.


사령장을 받아 드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좋다고 해야 할지 뜻대로 안 되었다고 찡그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쨌건 간에 좋은 건 하나 있었다. 쓰던 교실을 누군가에게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 숱하게 짐을 옮겨야 하는 입장을 생각한다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미리 좀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교실을 옮기게 될 거라고 실컷 짐을 꾸려놨더니 다시 풀어헤쳐야 했다.


연차가 얼마 안 된 선생님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되어서 그런지  얼굴에 싫은 티를 확 드러냈다. 나이가 먹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서글픈 일이다. 나 역시 내 뜻대로 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대놓고 불쾌하다는 표시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래저래 눈치가 보였다. 속으로 삭이는 수밖에 없을 테다.


며칠 후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25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새롭고 늘 허둥대기 일쑤다. 언제쯤이면 조금은 더 여유롭게 그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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