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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22. 2024

적응의 동물

이백 일흔 번째 글: 미련은 빨리 털어내고......

어제 담임 배정 발표가 났습니다. 학교에서 있는 일 중에서 어쩌면 가장 큰 일이라 할 수 있기에 만족하면 만족하는 대로 기쁘고, 심지어 불만족스러우면 몇날며칠을 침울해져 있기도 합니다. 그건 25년째 현직에 있는 동안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작년 한 해 동안 반 아이들과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1년 간 함께 생활해야 하니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얼마나 잘 맞는지,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즐거운 일, 재미있는 일 등이 참 많았습니다. 2023년의 한해살이가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건 아니라고 해도 9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만큼 좋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년을 희망할 때에도 망설임 없이 5학년을 우선 지망했습니다. 제 바람 대로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인생이란 게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학년을 맡고 말았습니다만, 그렇게 된 데에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제가 희망하는 5학년보다는 이번에 맡게 될 3학년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좋게 말하면 주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한다는 것이고, 단적으로 보면 포기가 빠르다는 것이겠습니다. 빠른 포기는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만, 뭔가 미련을 남기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최대한 많은 준비를 갖추고 새출발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털 건 얼른 털어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자기 분에 못 이겨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을 봤습니다. 원한 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분의 바람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익히 예상이 되더군요.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전혀 이해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아직 연차가 많이 낮은 선생님이니 충분히 그러할 만도 합니다. 아마 본인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됩니다. 안 될 미련을 붙들고 있어 봤자 본인만 손해라는 걸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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