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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Feb 22. 2024

공간의 축복

어제 기쁜 날, 오늘도 축하해

알람이 울리기 바로 전에 깨는 일은 하루의 첫 축복이다. '축하해.' 어둠 속에 눈을 뜨고 내게 말했다. 휴대폰이 밝아져 소리가 터져 나오기 전에, 눈을 뜨고 내 작은 공간에서 어둠을 더듬는 일은 가장 평화로운 시작이다.


방구석구석 어둠을 뚫어본다. 천장과 가장 가까운 책장 꼭대기에 올려둔 커다란 낡은 스케치북의 끝이 눈에 선명해지면 이불을 걷어 내고 소리 없이 일어난다.


알람 화면이 켜지자마자 해제를 눌러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 벽의 디지털시계를 끄고 커다란 스크린을 덤으로 단 노트북을 켠다. 화면이 밝기 전에 방을 나가야 거실의 어둠이 온전히 그대로다.


그런 깜박거리는 여러 개의 침묵에 인사하고 주방에서 커피를 만들며 창 밖 카페의 나무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건너편 아파트의 숨 쉬는 소리를 상상한다. 곧 분주하게 일어나는 소리로 왁자할 것이다.


나의 소중한 새벽 침묵. 커피 머그를 들고 어두운 거실을 어슬렁거리는 건 세상에 없는 여유다.


팔을 한껏 들어도 닿지 않는 천장만큼의 여유, 베란다 한쪽 구석에서 바깥 신호등 불빛을 보다가 내가 담긴 이 공간들이 보내는 살아있는 기운들, 이 새벽 공간이 주는 평화로운 축복을 새삼 한 번 더 생각한다. 나의 낡은 365일째 날을 보내고 어제 나는 다시 초기화가 되었다. '축하해.'


비가 내리다 갑자기 소금 같은 싸락눈이 온다. 비와 싸락눈과 진눈깨비와 함박눈을 한껏 누린 어제는 겨울을 좋아하는 내게 온 선물이다. 우수가 지났는데 함박눈이라니!


게다가 정갈한 점심 공간에 가득 채운 나의 선물을 마음 가득 누렸다. 사각의 작은 공간, 내 마음, 신기한 맛, 나의 시선이 다다른 곳에 기쁜 마음을 쏟았다.


차분한 새벽의 나의 공간은 오후의 나른한 기꺼움으로 이어졌다가 추락하여 해체되는 저녁의 이성으로 나를 현실에 되돌려 놓았다. 내가 진심으로 태어난 날, 영화 한 편으로 마무리했다. a fall은 추락하는 이미지로 떠올리는 게 맞는건가... 뜬금없는 상상으로 웃는다.


오늘 나의 2일 차 하루는 어떤 사람들의 또 하루, 다시 기쁜 날이 될 것이다.



해버원더풀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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