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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24. 2024

한적한 토요일 저녁

2024년 2월 24일 토요일, 흐림


한적한 토요일 저녁이다. 몇 가지 집안일을 해놓고 집 앞에 있는 파스쿠찌에 나와 앉았다. 올 때마다 마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를 한 잔 시켜놓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원래 커피류의 음료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맛을 음미하며 한 모금씩 마셔야 하겠지만, 그런 호사는 기대하지 않는다. 맛을 음미할 여유가 없다. 그저 다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좋을 뿐이다. 난 그것만 있으면 된다. 설령 커피 맛이 있든 없든 내겐 큰 상관이 없다. 이렇게 한 잔 탁자 위에 올려 두고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조금 쓰든 혹은 달든 괜찮다는 뜻이다.


잔에 비스듬히 꽂힌 빨대를 한 번씩 끌어당겨 입으로 갖다 댄다. 그러고는 한두 모금 빨아들인다. 물론 그럴 때에도 시선은 노트북에 가 있다. 지금까지 쓴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깜박이는 커서 너머로 전개될 문장을 구상하기도 한다. 그 어느 누구도 방해하는 이가 없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은 자기가 마실 음료를 주문한 뒤에 2층으로 올라가기 바쁘고, 홀에 있는 점원 또한 주문을 받고 가끔은 카운터에 쟁반과 컵을 반납하지 않고 그냥 가는 사람들의 흔적을 치우느라 바쁘다. 난 지금처럼 이렇게 내가 늘 앉던 자리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문장으로 엮기만 하면 된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했던가? 창밖을 보니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몇 문장 쓰고 나서 고개를 들면 어느새 많이 어두워져 있다. 낮이 있다면 이내 밤이 오고, 그러다 보면 하루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게 어디 하루이틀이었던가? 아직은 엄연히 토요일이지만, 벌써 일요일 가까이까지 왔다는 게 실감이 든다. 뜬금없는 문장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하나 마나 한 말 또 해보자. 시간 참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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