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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25. 2024

게으르지만 늘어지는 건 싫다.

2024년 2월 25일 일요일, 흐림


난 지금처럼 이렇게 뭔가 늘어지는 것 같이 여겨지는 시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성격 자체는 게으른 편이라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을 즐길 법도 하지만, 이런 늘어짐 뒤에 얼마나 몰아치는 상황이 될지 익히 알기 때문에 조금도 달갑지 않은 것이다. 그런 생활을 24년이나 지속해 왔고, 또 며칠만 있으면 25년 차로 접어들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했던가? 속된 말로 가진 자본이 있어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일을 도모할 주제도 못 된다. 아, 자영업을 하는 사람을 우습게 여긴다거나 그 일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교직에 몸담고 있던 사람이 사회에 나와 다른 일을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딱 8일만 지나면 바빠진다. 시쳇말로 화장실 갈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부산해진다. 최소한 반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엔 여유란 건 꿈조차 꿀 수 없다. 특히 이 시대의 담임이라는 중책(?)을 맡으면 더더욱 그렇다. 원래 담임은 중책이 아니었다. 명색이 교사를 한다면 담임이 기본이었고, 그 어느 누구라도 담임을 원했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아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교사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같으면 분명 담임은 중책이다. 오죽하면 그런 말도 있을 정도이다. 이제 담임 그만해도 될 때도 된 것 같다고.


봄방학, 대략 3주 간의 여유 아닌 여유가 주어졌지만, 이 기간은 둘 중의 하나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면서 속칭 힐링 후에 신학년에 접어들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런 것처럼 신학기를 맞아 필요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바삐 움직인다. 물론 나 역시 후자에 속한다. 요 며칠 계속 출근했다. 공식적인 출근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내가 볼 일이 있으니 가는 것이다. 기본적인 안내 사항 관련 유인물, 신발장 이름표, 사물함 이름표, 그 외 자잘한 수십여 가지의 일들을 하고 있는데, 할 때마다 뭔가를 자꾸 빠뜨린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럴 때에는 일단 3월 4일이 되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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