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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25. 2024

생의 갈림길

이백 일흔두 번째 글: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

산책 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무심코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크게 한 바퀴 돌다 보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모습이지요. 정면으로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지나쳤던 곳입니다. 어쩌면 밤마다 마주 대했던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오가면서도 번도 갈림길이 개나 있는지 세어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제가 사진을 찍은 자리에서부터 좌우로 빠지는 갈림길이 개나 되는지 세어봤습니다. 모두 21개의 갈림길이 있었습니다. 직선거리인 데다 불과 500미터 될까 말까 한 그 짧은 거리에 이렇게도 많은 갈림길이 있는 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이 갈림길들은 어떤 식으로든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물론 가장 빠른 길은 사진 속에서처럼 정면을 보고 직진하는 경우이겠습니다. 나머지 길들은, 즉 21가지나 되는 길은 조금 늦게 가게 될 뿐이지 어떤 식으로 가든 목적지를 향해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갈림길은 어떻던가요? 갈림길에서는 반드시 가지 길만 선택해야 합니다. 가지 길을 동시에 선택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선택하고 나면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 아무리 크게 남는다고 해도, 선택할 버려졌던 길을 다시 선택하려면 이미 가졌던 혹은 쌓아 올렸던 모든 것을 포기해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아마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문계를 선택할지 아니면 실업계를 선택할지에 따라 본인에게 펼쳐지는 미래의 모습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선택의 갈림길은 우리에게 놓입니다. 일찍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에겐 어떤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고, 인문계를 졸업한 사람들은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르게 결정이 됩니다.


그러고 나서 대체로 10여 년 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특히 이 선택은 남은 칠팔십 년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그 많던 수십만 혹은 수백만의 선택지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마음 같아선 이 사람과도 얼마 동안 살아보고, 저 사람과도 일정 기간 살아본 뒤에 더 나은 사람을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테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선택이라는 속성상 몇 가지를 동시에 선택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최종의 것 하나만 남겨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엔 첫 선택지를 버리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첫 선택에서 받은 상처나 좌절감은 고스란히 떠안고 두 번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저는 늘 직진만 고집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넉넉하다고 해도 굳이 돌아서 돌아서 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도 이렇게 명확한 직선 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둘러가지 않아도 되는 길이, 누가 봐도 확실한 최단 거리의 길이 우리 눈에 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득 그 많던 인생의 갈림길에서 과연 얼마만큼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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