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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26. 2024

내면의 목소리는 글로 잠재우라.

011.

작가라면 언제든 자기가 써온 것 중 최고의 글을 쓸 수도 있고, 혹은 눈에 띌 만큼 투박하고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당혹스러운 글을 쓸 수도 있다. 프리라이팅을 통한 글쓰기 훈련은 훌륭한 작가가 되거나 한심한 작가가 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로지 글을 쓰는 기회를 제공하고 글을 쓰는 것이 전부다. 의기소침해질 때는 반 고흐가 한 말을 기억하라. "아무리 발버둥을 치면서 그림을 그려본들 넌 화가가 아니라고 내면의 목소리가 말할 때, 그 목소리를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다." ☞ 본 책, 25쪽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 책의 저자인 주디 리브스는 '자기가 써온 것 중 최고의 글을 쓸 수도 있고, 혹은 눈에 띌 만큼 투박하고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당혹스러운 글을 쓸 수도 있는' 사람이 바로 작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 같은 작가가 아닌데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같은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물론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큼 제가 쓴 글 중에 최고의 글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건 아무래도 제가 판단할 문제도 아닌 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직은 그걸 따질 만한 깜냥도 안 됩니다. 누군가는 그렇다면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려 1000편이 다 되어 갈 만큼 글을 쓴 사람이, 최고의 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입니다. 그냥 저는 단순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저 나름대로 꼽는 최고의 글이 있긴 합니다만, 다른 사람에게 그 글이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한들 어떻습니까? 그래서 저는 당연히 편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오직 글을 쓰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제 글에 대한 저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판단 때문에 제가 글쓰기를 멈춘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인용한 반 고흐의 말을 보면서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일반적인 화가도 아니고, 세상에 그 족적을 뚜렷이 남긴 그처럼 위대한 화가가 한 말이니 누가 이 말에 토를 달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에서 이 말을 덧붙인다면 다소 비웃음이나 사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반 고흐의 말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평소의 제 생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반 고흐를 흉내 내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가 그렇게 말했듯, 저 역시 아무리 내면에서 '너 따위가 무슨 글을 쓰냐고 할 때 그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 앞도 뒤도 안 보고 글만 쓰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혹시 그런 것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내면의 목소리라는 게 글을 쓰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에는 절대 저에게 그 어떤 말도 속삭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훌륭한 작가는커녕 일반적인 작가가 될 일도 없겠지만, 설령 한심한 작가가 된들 또 어떻겠습니까? 언제 어디에서든 제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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