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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Feb 28. 2024

보고 싶을 때

이백 일흔다섯 번째 글: 그리움에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고작 지난 한 주만 못 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그럴 때가 있지 않습니까? 어제 봤어도 또 보고 싶고, 방금 전에 봤어도 생각이 나는 것 말입니다. 사실은 운이 참 많이 따라준 덕에 입대한 뒤에도 거의 1주일 간격으로 아들을 보고 있는데, 오늘은 유독 생각이 많이 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더 기분이 울적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보고 싶을 뿐입니다.


아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그런 기억들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쩍 자라난 녀석을 보면서 예전에 잘 못 해줬던 일들이 문득 떠올라, 혼자서 괜스레 눈시울이 시큰해지던 기억이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 녀석은 저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지금껏 자라온 동안 그다지 잘 대했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무엇이든 엉성하게 한다고 호통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아이의 아비로서, 그 흔한 자신감 한 번 북돋워 준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알아서 잘 컸습니다. 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교육자의 시선으로 봐도 제법 반듯하게 자랐습니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녀석을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 오고 가는 일이 보통이 아니니 대놓고 오라는 말도 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아까 낮에 카톡이 왔을 때에도 오라고 할까 말까, 하며 망설이다, 이번 주는 오냐는 말만 넌지시 던졌습니다. 마음 같아선 대충 알아듣고 왔으면 합니다만, 아무리 보고 싶다고 해도 두 번 권유는 못 하겠습니다. 부대 내의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집에 오다 보니 왕복 7시간이 걸립니다. 그 고달픈 길을, 저 좋자고 고집하기는 쉽지 않네요.


시간 참 빨리 갑니다. 입대하고도 벌써 세 달이 훌쩍 지났으니 이러다 저러다 보면 어느새 제대한다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겠나 싶을 정도입니다.


카카오톡 창을 열어 이번 주는 다녀가라, 고 썼다가 황급히 지웁니다. 그래도 알아서 집에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 과한 걸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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