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Feb 29. 2024

보너스 하루

0627

없었을 하루를 부여받았다.


없었으면 하지 않을 근심과 걱정을 가지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있는 것이니 세상에 없을 하나의 유일한 기회와 환희도 거머쥔 셈이다.


이렇게 불완전하고 역동적인 2월의 표정이 참 좋다.


계절의 경계에서 요동친다.

하나의 시절에서 하나의 시절로 넘어가는 것이 결코 수월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배움의 경계에서 용솟음친다.

하나의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필히 육체의 성장만큼 가치 있음을 가르쳐준다.


나이의 경계에서 주저하게 한다.

주저와 주춤거림, 머뭇거림은 얼마나 우리에게 생산적인 갈등을 안겨주는가.

가장 철학하기 좋은 달이다.



만년일력에는 누락된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

한동안은 만나지 못할 이 날을 어찌 살아볼까.


고작 하루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더 깊어지는 것 같고 더 풍성해지는 기분이 든다.

하루의 부피는 이토록 광활하다.


가벼이 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귀한 하루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의 안녕을 노래하리라.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물의 안녕도 기원하리라.

나를 돌보느라 소홀했던 누군가를 기억하리라.


오늘은 추억의 깊은 찬장에서 묵은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서 맑은 마음으로 닦아보리라.


오늘도 거저 받았으니 감사히 잘 보내고 고스란히 돌려주기로 한다.


이런 날에는 홀로 호젓한 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고 싶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