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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02. 2024

글을 쓰다가 멈춥니다.

106.

집 앞 커피 전문 매장에 앉았습니다.

노트북을 펼치고 전원을 연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장으로 들어와 주문을 합니다.

몇몇은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앉은 자리 주변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러다 음료가 나오면 그들은

쟁반에 음료를 받쳐 들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1층엔 다시 점원과 나만 남습니다.

오늘따라 요란하게 울리는 음악은 그칠 줄 모릅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데에도 방해가 되고

글을 쓰는 데에도 정신이 산란하지만

음악을 꺼 달라거나 소리를 줄여 달라고 하긴 쉽지 않습니다.


옆에 놓아둔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한 모금 들이킵니다.

그러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노트북 위에 몇 글자 쳐 넣습니다.

다시 빨대를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한참 전부터 깜박이고 있는 커서가

마치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른 무슨 글이라도 써보라고 재촉합니다.


손이 키보드 위에 닿는 순간 낱글자들이 모여듭니다.

하나의 의미를 이루어 문장이 되자마자

오래전부터 내 속에 들어와 있던

반갑지 않은 녀석이 또 제동을 걸고 나섭니다.


겨우 그런 글이나 쓰려고

그 비싼 돈을 주고 이곳에 와서

이러고 있냐며 타박을 주고 있습니다.

내 글이 어때서, 하며 큰소리를 한 번 쳐도

녀석은 좀처럼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당신은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글을 쓰다가 이렇게 멈출 때에도

어쩌면 글이 생각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을 생각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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