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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05. 2024

오랜만에 당신을 봅니다.

107.

아침부터 비가 왔습니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한 손에 우산을 받쳐 들고 출근하느라

기분이 약간은 우울했습니다.


직장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담벼락에 세워진 당신의 차를 봤습니다.

똑같은 색상. 똑같은 차종, 그리고 똑같은 번호.

내가 착각할 리가 없지요.

배기통으로 연기가 나오고 있더군요.

5분 정도 지각을 면할 수 없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습니다.

다가가

차창이라도 두드리려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인파를 뚫고 당신이 나타났습니다.


아마 손이라도 잡으려

나도 모르게 불쑥 남은 손 하나가 튀어나왔습니다.

무심코 손에 들린 따뜻한 캔커피 하나.

당신은 웃으며 커피를 받았습니다.

만약 빈 손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실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 상황에서 손을 잡고 싶었다니요?

너무도 오랜만에 당신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그렇게 표현된 모양입니다.


내일부터는 꼭 음료수나 과자를

하나씩 준비해서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겠지요?

오늘 그 바쁜 일정을 가로지르는 동안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봐서 얼마나 좋았던지요.


내일도 그 자리에서 또 보게 된다면

뭘 더 바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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