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오 년 차
이백 여든세 번째 글: 세월, 참 빠릅니다.
오늘부로 교직에서 있은 지 24년 하고도 7일이 지났습니다. 쉽게 말해서 어엿한 25년 차입니다. 요즘 시쳇말로 이런 저 같은 사람을 두고 '베테랑 중견(?)' 교사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언젠가 제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오면 저자 소개에 이렇게 적힐 것 같습니다. 몇 년 차 베테랑 현직 초등학교 교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입니다.
우선 저는 이 베테랑이란 말을 무척 싫어합니다. 당연히 누군가가 제 근무 경력만 보고 이 말을 붙이는 것도 싫습니다. 일단 굳이 우리말을 두고 뭔가를 강조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영어를 쓰곤 하는 우리 언어 습관이 못마땅해서입니다.
다음으로 제가 이 낱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뜻이 저와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베테랑이란 말은, 한 분야의 일을 오랫동안 하여 그 일에 관한 지식이나 기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합니다. 저는 전혀 교직에 관한 지식이나 기능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그 사실만 충족시켰을 뿐입니다.
저는 학교 일에 관한 지식이나 기능이 뛰어난 게 아니라, 단지 일머리만 생겼다고 봐야 합니다. 누군가는 제게, 그게 바로 베테랑이란 증거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일머리가 있다고 해서 베테랑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 최선은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전 그저 세월만 채웠을 뿐입니다.
사실 이 일을 그리 오래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10년도 안 되어 그만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을 겁니다. 마냥 세월만 쌓아가다 보니 최근엔 볼 꼴 못 볼 꼴을 다 봐가면서 근근이 이어나가는 느낌입니다.
세상에 안 그런 일이 어디 있을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원래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든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교직에 참 매력이 없긴 합니다. 세상이 급속도로 변모하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지만, 제가 몸 담고 있는 이 교직은 조금도 발전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꾸만 뒤로 가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교육, 즉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이 될 거라는 믿음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과연 언제쯤이면 우리나라도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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