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요일, 흐림
괜한 헛짓거리를 1시간 반이나 하는 바람에 귀하디 귀한 시간만 축내고 말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신 나간 짓이 아닐 수 없다. 생전 그러지 않는 나인데, 한 번씩 이런 이해 못 할 짓을 하곤 한다. 그 덕분에 오늘은 마음먹은 만큼 글을 쓰지 못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맞다. 김이 팍, 새고 말았다. 이 글만 쓰고 얼른 짐이나 챙겨 집으로 가야겠다. 뭐, 붙들고 앉아 있다고 해서 안 써질 글이 풀릴 리도 없을 테다. 안 될 때에는 미련을 버리고 일어나는 게 정신 건강으로 봐도 좋은 일이다.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건 간에 이불속에서 뒹굴지 않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것만 해도 어디인가? 그 덕에 읽고 싶은 책도 몇 권 빌렸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글도 몇 편 썼으니 말이다. 어쩌면 왔을 때처럼 돌아가는 발걸음도 그리 무겁지는 않을 터였다. 다 못 쓰고 저장해 놓은 글은 집에 가서 마저 쓰면 된다.
오늘은 소설책 5권과 철학책 1권을 빌렸다. 난데없는 철학책이 끼어든 건 강의도 많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철학자의 책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풍기는 분위기로 봐선 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이유는 없다. 그냥 생김새에서 오는 편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얼굴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드는데 별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소설책 5권은, 앞으로 쓸 소설에 대한 공부의 의미로 빌려가는 것이다. 물론 소설책을 읽는다고 소설을 잘 쓴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안 읽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하다. 3일에 1권씩 읽어야 하니, 아무래도 이번 대출 기간 동안은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