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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28. 2024

급속 충전

2024년 3월 28일 목요일, 비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냈다. 일주일 중에 가장 힘든 데다 무려 비가 오는 목요일을 말이다. 누가 그랬던가? 아무리 힘겨워도 문교부 시계는 어김없이 간다더니 교육부로 바뀐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일은 도저히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오늘 약간 무리를 했다. 30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이 나이쯤 되면 집에서 쉬는 게 제일 좋다고 하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친구를 만났다. 세월이 장식은 아닐 테니, 이젠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어쩌면 가족과 함께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낫다.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걸 보면 가족보다 친구가 좋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른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해온 녀석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접점이 같고, 마찬가지로 거의 다 키워놓은 자식들이 있으니 척하면 척이다. 맞다. 그 녀석과 있으면 언제나 편안하다. 그게 바로 친구의 묘미가 아닐까?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에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게 할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이다. 피곤에 절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쌩쌩하게 하루를 시작해서 축 늘어진 채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결국은 인생인 것이다.


두어 시간 안에 얼른 몸을 자리에 눕혀야 한다. 자칫 피곤이 극에 달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전에 말이다.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충전하듯 방전된 기를 다시 처음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내일이라는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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