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Jul 10. 2023

나에게 책은

세 번째 글: 책이 내게 주는 의미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알게 된 한 이웃님이 내게, 온라인상에서 함께 글쓰기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학부모 두 분, 선생님 두 분 등 총 다섯 명이, 1주일에 글 1편씩 쓰기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가입한 6월 7일만 해도 회원이 채 열 명이 안 되었는데, 지금은 스무 명 안팎을 넘겨다볼 정도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그 글쓰기 오픈채팅방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1주일에 한 가지씩 글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그 글감에 맞게 한 편의 글을 써서 인증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증이라고 해서 별 다른 것은 없다. 그냥 회원들이 읽고 소감을 톡으로 달아주면 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내용과 관련하여 자기의 경험 등을 얘기하면 된다. 바로 그 오픈채팅방에서 이번 주 주제로 제시된 것이, '나에게 책이란'이다.

     

나에게 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은 사실 하나마나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고, 언제든 책을 가까이 두고 펼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소한 그의 인생에 있어 책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일 테다.


그렇다. 책은 내게 있어 내 인생의 2순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1순위는 무엇인가? 당연히 글쓰기이다. 그중에서도 소설 쓰기가 1순위에 속하고, 여타 장르의 글쓰기는 어쩌면 1.5순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책은 나에게 글쓰기 다음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다. 그분이 내게 책이 내 인생에 있어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냐는 질문을 했다. 난 늘 그랬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1순위가 가족인가요라는 물음이 되돌아왔고, 난 당당히 아니라고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에게 1순위는 글쓰기라고 했다가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은 적이 있었다. 그분은 내게 가족이 인생의 제1순위가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나는, 인생은 결국 최후까지 혼자 가는 것이라고, 가족이 어떠니 저떠니 해도 결정적일 때에는 홀로 남는 것이라고, 그래서 내게 있어 굳이 순서를 논하자면, 가족은 글쓰기와 책 다음이라고 했었다.     

나는 지금도 공공연하게 가족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한다. 만약 집에 불이 나 화염에 휩싸이더라도 나는 내 책을 가지러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런 나를 보며 가족들 역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부끄러운 고백인지 모르겠으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온갖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책이 나에게 유일한 힘이, 보람이, 그리고 희망이 되어 주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내 인생에서, 몇 번의 위기와 고비를 겪을 때마다 두 아이들은 너무 어렸고, 아내는 늘 그랬듯 전혀 위안이 되질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아내에 대해 원망 따위의 감정은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내가 그렇게 느껴왔다면 나 역시 아내에게 그 정도의 역할밖에 못했을 게 분명했다.


아주 잠시 나쁜 생각에 젖어 있었을 때, 우연히 손을 뻗어 펼친 것이 책이었다.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하필이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만난 책이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온 게 책이었다. 어차피 책이란 건 호불호가 갈리는 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2년 정도에 한 번씩 "모모"를 읽는 건 아마도 그때 내가 헤쳐 나온 그 어두운 터널을 더듬어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먼 후일에 내 신체 기능이 어느 정도까지 작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말은 곧 어떤 신체 기관부터 이상을 보일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손에 힘이 없어 타이핑을 할 수 없거나 육필로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아마도 죽는 날까지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책이 될 것이다. 만약 눈부터 이상이 온다면 그 희미한 눈으로라도 어떻게 해서든 몇 줄의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내게 책이란, 언제든 1순위와 자리를 맞바꿀 수 있는 2순위이다. 지극히 뻔한 말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책은 내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고, 내 전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백의 역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