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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30. 2024

머피의 법칙

삼백 네 번째 글: 오늘은 되는 일이 없네요.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있지요. 보다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검색해 보니, 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소한 선택이 나쁜 결과를 불러오거나, 좋지 않은 일들이 자꾸 반복되며 일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에 주로 쓰는 표현이라고 하네요.


오늘 하루는 제게 완벽히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하루였습니다. 봄 현장체험학습 사전 답사를 가려고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들었는데, 기껏 깬 뒤에 다시 눕는 바람에 예상했던 출발 시각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튀어나왔는데, 눈앞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를 놓쳤습니다. 이번엔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다음에 올 상주행 버스보다 방금 전에 출발해 버린 버스가 훨씬 가까운 시간이더군요.


그나마 출발할 때 비가 내리기에 오늘 일진이 좋지 않겠다 싶었는데, 중간쯤 가니 다행히 비가 더는 오지 않았습니다. 상주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까지는 14.7km를 더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로 가는 버스가 없더군요. 쉽게 생각해서 마을버스 같이 운행되는 차였는데, 하루에 세 대 운행해서 그런지 제 동선과 맞물릴 리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택시를 타면 14,000원 정도가 나온다기에 그것만 믿고 무작정 탔는데, 정작 요금은 2만 원이 나왔습니다. 기사가 혹시 나올 때 필요하면 전화를 달라고 했지만, 택시비로 하루에 4만 원이나 쓸 수는 없어 집으로 갈 때에는 무조건 버스를 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에 3대 있는 버스, 버스 도착 시각을 알려주는 기계도 없는 버스정류장에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이러다 날 새겠다 싶더군요. 더 많은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걸어서 나가자고 마음먹고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10분쯤 걸었을 때 제 옆으로 버스가 쌩, 하며 지나갔습니다. 처음에 생각한 4.8km만 걸으면 큰 길이 나오는데, 막상 거기까지 가서 보니 여전히 하루에 3대만 운행하는 그 버스밖에 다니지 않더군요. 두 번째 버스가 한참 전에 지나갔으니 마지막 차는 저녁이나 되어야 온다며 인근에 살던 한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바람에 다시 걸어야 했습니다. 결국 9.1km를 걸으니 제가 원하던 버스 정류소가 나오더군요.


이제 마음 편히 버스터미널에서 대구북부행 버스를 기다리며 이 글을 씁니다. 9.1km, 무슨 행군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이 하루에 걷기에는 꽤 무리가 아니었나 싶긴 합니다. 슬슬 다리가 아파옵니다. 그래도 돌아가는 버스는 우등이라 혼자 떨어진 자리에 편히 앉아 가게 되어 천만다행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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