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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Mar 31. 2024

행군의 여파

삼백 다섯 번째 글: 다리가 돌덩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갑작스럽게 운동을 많이 한 날엔 당시에도 묵직함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날 자고 일어나 봐야 상태가 어떤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사진 속에 보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까지 6.1km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거기에서 3km를 더 걸어야 했으니, 도합 9.1km를 걸은 셈입니다. 발바닥이 아픈 것 같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우등 고속버스 안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며 왔는데, 내려오는 내내 다리가 후덜 거리더군요. 그래도 집에 와서는 크게 표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는 신발까지 벗은 채 편히 쉰 데다, 도착하자마자 족욕까지 했으니 어지간히 피로는 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 제가 얼마나 무리를 한 건지 느낌이 오더군요. 평소에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니 매일 기본적으로 1만 보는 걷곤 합니다. 그런데 이때의 1만 보는 그다지 많이 걸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는 아닙니다. 대략 천 보쯤 걷고 잠시 다른 일 좀 하다가 또 한 천 보쯤 걷고,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됩니다. 어제처럼 한꺼번에 2만 보가 훌쩍 넘는 거리를 걷는 건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것까지 합한다면 대략 어제는 못 해도 3만 보는 걸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기상하자마자 다리를 움직이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뭐랄까요, 그 무게감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돌덩이가 된 것 같은 느낌, 짧은 시간 내에 스쿼트를 한 1000개는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며칠 동안은 적어도 하체 운동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묵직해진 다리를 끌며 돌아다니다 아내에게 또 한 번 지적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무식하게 걸으면 어떻게 하냐고, 왕복 택시비 40,000원을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골병 들 일이 있냐고 하면서 그럴 때에는 미련 없이 택시를 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에 저는, 막상 택시를 탔다면 그 아까운 돈을 그렇게 허비하느냐는 지적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찜찜한 기분이 들 때에는 이럴까 저럴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몸이 고생하는 게 낫더라는 교훈 아닌 교훈을 명심해야 하는 법입니다. 적어도 제가 그동안 헛 살아온 게 아니라면, 23년 동안 몸에 밴 그 느낌을 믿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일단은 오늘 저녁이 지나 봐야 더 뚜렷해질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나마 가뿐한 느낌을 가지려면 오늘 밤은 다리에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집에 가는 대로 어제처럼 30분 정도 족욕을 하고 틈틈이 다리 전체를 주물러야겠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간 동안 또 이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야 할 테니까요.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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