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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r 30. 2024

너덜너덜한 하루

2024년 3월 30일 토요일, 흐림


하루에 걸을 수 있는 최대치를 오늘 걸었다. 첫 시작부터 뭔가가 안 맞는 날이었다. 머피의 법칙, 딱 오늘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현장체험학습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꽤 쾌적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그 많은 자리 중에서 나까지 포함해서 딱 여섯 명만 타고 대구로 왔다. 우등 버스를 탔는데, 혼자 뚝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앞쪽에 세 자리 모두 자리가 비었고, 뒤쪽 세 자리에도 사람이 없었다. 좌석도 한껏 젖혔고, 다리 쪽 작은 받침대도 최대한으로 올렸다. 거의 누운 자세에 가까웠다.


타자마자 늘어지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종점이라 잠이 든 상태로 엉뚱한 데까지 갈 염려는 없다고 해도 왠지 자고 싶지는 않았다. 내친김에 한 편의 글을 썼다. 버스 안에서 달리 뭘 하겠는가? 운전을 하지 않은 탓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개고생에 대해 쓰다 보니, 나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로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얘기했다가 괜한 소리만 들었다. 봐라, 운전을 안 하니까 이런 고생을 하잖아,라고 했다. 이래도 운전을 하지 않을 거냐고 한다. 내가 성격이 이상하긴 한 모양이다. 아내가 그렇게 나오면 난 그게 고생이 아니라고 일단 우기고 본다.  그러면 그럴수록 운전은 더더욱 하기 싫어진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운전을 하지 않아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을 하지 않으니 겪게 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리의 상태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후덜 거리는 증상은 사라졌다. 상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로 오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한참 동안 다리가 후덜거렸었다. 자고 나면 오늘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뭐, 안 좋아진다고 해도 어쩔 것인가? 이미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말이다. 어쨌건 간에 오늘은 그 덕분에 숙면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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