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주말(?)
삼백 아홉 번째 글: 주말이 좋긴 한가요?
또 한 번의 주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시키지도 않은 AI 로봇이 집에 있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요일이 되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꼭 누군가와 마피아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피아였든 선량한 시민이었든 어쨌건 간에 무탈하게 한 주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도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맞이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색이 달라집니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기분이 들떠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런 설레는 느낌들은 아침 인사를 주고받을 때부터 오롯이 전해집니다. 그저 오늘이 좋은 모양입니다. 저마다 입에 걸린 미소가 귀까지 드리워지니까요. 반드시 어딘가를 가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아도 마냥 집에서 쉴 수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행복한 모양입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살아서 주말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주말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주말이라고 해서 집에서 푹 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네 사람, 각자 역할이 다르고 생각과 성향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모두가 쉬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체로 일반적인 가정은 주말이라고 해서 호락호락하게 쉴 만한 여건은 안 됩니다. 마음 같아선 어느 누구라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쉬고 싶을 겁니다. 누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조용히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 네 사람 중에서 누군가는 집안일을 해야 합니다. 밀린 청소나 빨래를 해야 하고, 끼니때가 되면 밥도 차려야 합니다. 설거지도 해야 하고, 실내에 정체불명의 냄새를 퍼뜨리고 있는 쓰레기도 묶어 내야 합니다. 그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주말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런 자잘한 집안일들이 싫어서는 아닙니다만, 저는 그런 긴장감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주말에도 일을 만들어 혼자 학교로 출근하기도 했습니다. 슬슬 나이가 들고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주말에 학교 가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반쪽짜리 쉼이라도 주말은 집에서 미적대고 싶더군요.
그 예전의 습성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지, 요즘도 주말을 맞이할 때면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나가서 일하는 게 더 편하다고나 할까요? 조금 전 아침 자습 시간에 아이들에게 글쓰기 거리를 나눠주면서 '이번 주말에 뭐 할까?'라는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열심히 머리를 박고 글을 쓰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저는 이번 주말에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쨌거나 모든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걸 보면 분명 주말이라는 시간은 행복한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월요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이틀을 알차게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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