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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pr 08. 2024

또 걷습니다.

삼백 열한 번째 글: 출근길 단상

오늘도 어김없이 제 앞에 직선 길이 펼쳐집니다. 출근길, 또 한 주간을 시작하기 위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한창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여야 할 시간인데, 어째 이곳은 올 때마다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제 앞에도 그리고 뒤에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제가 남자였어도 아마 늦은 밤이었다면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합니다.


네, 맞습니다. 조용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사위가 조용하면 그 한가운데에 놓인 사람은 마음이 차분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짧은 틈을 이용해서 저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해 보곤 합니다. 오늘 제가 해야 하는 많은 일들 중에서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각각의 일을 할 때 얼마만 한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어떤 효과를 거두기 위해 별도로 필요한 노력은 없는지 점검해 봅니다. 그러다 시간만 허락이 된다면 지나간 날을 되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어제 하루도 좋고 지난 한 주간을 돌아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혼자 걷는 이 길, 그 어느 누구도 저를 방해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하루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도 없는 저녁, 빈 방에 홀로 앉아 글을 쓸 때만큼이나 이 시간은 저에게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운전을 한다면 이런 호사는 분명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걷다가 걷다가 어느새 탁 트인 대로변에 이릅니다. 대로변에 도착했다는 것은 이제 그만 감상에서 빠져나와 얼른 현실 세계로 복귀해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저녁이 되어, '그래,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살았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달려가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야겠습니다. 마음이 풀어헤쳐지면 그 어느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까요.


오늘은 어떤 하루가 저에게 펼쳐져 있을까요? 호기심 반 의욕 반으로 또 한 번 월요일 하루를 열어젖혀 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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