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흐림
사람들은 내게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나처럼 부지런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말한다. 안 그러면 어떻게 새벽같이 나와서 왕복 5시간에 이르는 대중교통 통근을 하겠냐고 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새벽같이 집에서 나오는 것도 맞고, 왕복 5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만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부지런한 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원래 게으른 성격을 최대한 누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난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한다. 특기라고 할 수는 없어도 글쓰기나 책 읽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유튜브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평소에 그러지 않는 건,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과 가능하다면 유튜브를 보지 않으려 애를 쓴다는 점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나처럼 천성이 게으른 사람은 그런 식으로라도 억누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근 사흘 정도 선생님들과 강당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20여 년 전에 제대로 6개월 정도 레슨까지 받다가 집어치운 것도 내 게으름으로 인해 빠져들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놓아버린 배드민턴을 다시 치게 될 줄은 몰랐다. 남들에겐 운동도 되고 친목 도모에도 좋은 것이라 하지만, 최소한 내겐 그것만큼 한심한 것도 없다. 남이야 치건 말건 간에 난 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것 말고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마냥 신선놀음을 하고 있을 순 없다.
날씨도 흐리고 마음도 흐린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