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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pr 07. 2024

살아있다는 것

2024년 4월 7일 일요일, 흐림


내 부모님 두 분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그 삶을 다한 채로 떠나고 있을 것이다.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있건 없건 간에 그는 이제 떠나야 한다. 그는 더 살고 싶었어도 이제 곧 죽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더는 삶을 이어가지 못한다. 삶과 죽음에 있어 반드시 삶이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더더욱 최선이 될 수는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린 지금의 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산 자는 살아있다는 죄로 이 시간을 살아가야만 한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이 삶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테고, 월요일을 앞둔 바로 이 시점에서도 내일이 기다려지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늘인 일요일, 그중에서도 그 끝이 다해가는 지금과 같은 저녁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또 한 주간이 시작되는 월요일을 맞이해야 하는 것,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살아있다는 것과 죽었다는 것은 속된 말로 한 끝 차이다. 그 한 끝 차이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 산 사람은 남아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고, 죽은 사람은 그 자체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게 되고 만다.


그런 이유로, 과연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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